7화. 등목
바람이 불지 않는 텁텁한 한 여름날에 에어컨이 없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 도저히 못 살 것 같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시원한 바람 없인 쉽게 잠들기 어렵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다. "에어컨이 없는 어린 시절과 젊은 날에는 어찌 견디어 내었지?"
그때는 잠들기 전 등목을 했었다. 등목의 사전의 의미는 상체를 굽혀 엎드린 채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허리에서부터 목까지 물로 씻는 일을 의미하는 우리말이다.
어릴 땐 사전에 정의된 내용 그대로의 행위를 많이 했다. 시간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잠들기 직전이었을 것이다. 흑백 TV에 9시 뉴스데스크 음악이 뜨면 "이제 잘 시간이다."라고 외치고, 집 앞 수돗가에서 등목을 했다. 지금의 열대야 때는 그 시원함이 다소 덜했지만, 그래도 찬 물을 몸에 끼얹고 수건으로 닦고 나면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그리곤 바로 잠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골집이 바로 산 밑에 있어 중간에 깨는 일도 없던 시절이었다.
올여름을 생각하면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 살라고 하면, 군대를 두 번 가는 것과 같은 상상하기도 싫은 고통일 것이다.
마음은 커가면서 환경이 바뀌면서 변한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건 더위에 대한 사람의 반응이다. 더움은 본능과의 싸움이다. 그 본능을 이기게 해 준 건 생활지혜였다. 그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러기에 옛사람들의 사고의 깊이는 더 남달랐던 것 같다.
등목을 통해 떠올린 여러 생각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한번 더 고민하게 만든다. 잘 살기 위해 경제력을 유지하기 위한 실력과 심신의 강건함을 더 가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