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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미미!

늘 처음 마주하던 그 순간처럼 인사를 건넬 수 있기를.

by 찬란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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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박소영의 [살리는 일]을 읽고

울산 소재 미미네보호소 봉사 경험을 토대로 썼습니다.


2024년 여름부터 이따금씩 미미네보호소에 다녀온다.

내가 주로 하는 일은 밥그릇 설거지(주로 설거지옥이라고 부른다. 이런 지옥은 언제든지 갈 수 있다..) 설거지를 하다 보니 마스크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가족과 어르신들이 아니더라도 날 필요로 하는 곳이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는 이 땀이 얼마나 개운하던지.. 무엇보다 백순이, 보름이, 당근이.. 밥그릇에 붙여져 있던 이름들이 너무 귀여워서 히죽히죽 웃었다. 덩치에 맞게 밥그릇 크기도 제각각.. 어쩌자고 이 녀석들은 이렇게 귀여운 걸까 싶었다. 무해한 녀석들..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꼭 내 발 밑을 지키는 녀석이 있고, 또 밥그릇에 남은 음식이 없나 하고 설거지를 한 밥그릇을 건드리다가 우당탕하는 녀석도 있다.


다음 해인 올해 세 번째 봉사를 갔을 때쯤, 드디어 산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당근이 담당이었는데 당근이는 산책 매너가 좋은 편이었으나, 산책 왕초보인 나 덕분에 짧게 산책을 끝낼 수밖에 없었다.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건데.. 사실 그냥 내가 부족해서 혹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까 봐 무서웠다. 마음만큼은 냄새도 실컷 맡게 해주고 싶었고 배변도 계속해서 치워주고 싶었고 끝도 없이 함께 달리고 싶었는데 말이다. 이 세상에 내가 이렇게 갈 곳이 많구나 하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일일견주체험으로 무한 똥줍 해본 건 매우 영광이었다. 변 상태가 좋지 않아 걱정이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괜찮겠지?


보름아, 보름아, 보름아

왜 나는 네가 좋았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너여서였던 것 같다. 너만이 가진 에너지를 나는 참으로 사랑했어

아마도, 내가 너를 처음 본 날 반했었나 봐.. 처음 봉사를 다녀온 날 보호소 카페에서 본 니 사진을 계속 쳐다봤어. 그래 반했던 게 맞는 것 같다.


한동안 일부러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문득 남은 아이들이 생각이 나서 정신이 차려졌고 그대로 봉사를 갔다. 반나절 봉사를 하고서 나 몸살 날 것 같아요. 하던 동료가 보호소를 나오면서 나 여기 봉사 오는 거 좋은 것 같아요. 하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뿌듯하던지.. 살리는 마음들 덕분에 나는 다시 웃을 수 있었다.


무언가를 위해 기꺼이 마음 아파하며 울 용기를 내는 것..

내가 낸 용기 중에 최고로 값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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