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6학년 <간절한 진심>
반장 선거 날 있었던 일입니다.
딱 1표를 받은 여학생이 있는데요. (하필 1표라 그 출처가 너무 명백했습니다.ㅠㅠ)
13살들이 뭘 알겠냐, 그래봤자 인기투표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아이들의 눈이 정확할 때가 많아요. 그런 관점에서 아이들에게 그 여학생은 우리반을 책임질 만한 인재는 아니었던 거겠죠?
반장 선거 다음은 여자 부반장 선거였는데요. 그 여학생은 포기 하지 않고, 부반장 선거에도 나왔습니다. 저는 내심, 아이가 또 상처받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어요. 차라리 나오지 말지... 안타깝기도 했고요. 심지어 경쟁자로 나온 다른 후보는 우리학교 전교회장이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거대기획사 아이돌에게 내민 무명 연습생의 도전장 같았습니다. 보는 이가 더 말리고만 싶어지는, 차라리 안 보는 게 낫겠다 싶은 그런 싸움이었달까요.
여학생이 공약 발표를 할 차례였습니다. 축 처진 발걸음으로 나온 여학생은 울렁이는 목소리로 땅만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여러분. 제가 4학년 때부터 매번 나왔거든요. 그러니까 대충 8번은 나온 거죠?"
여학생은 울컥했는지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근데 딱 한 번 밖에 못 해봤어요. 저 진짜 잘 할 수 있거든요. 저 뽑아주시면 안될까요?"
여학생은 더 말을 덧붙이지 않고는 고개를 숙이고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교실 안은 어느 새 숙연해져있었습니다. 그 가라앉은 분위기는 어찌할 수 없이 안타까움만 남길 따름이었죠.
하지만 언더독의 반란이었을까요. 결과는 까봐야 안다는 말이 있듯, 투표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습니다.
네 맞아요, 여학생이 부반장에 당선되었어요! 2등인 전교회장보다 3표나 더 많이 받았구요.
그러니까, 13살들에게도 진심이 가 닿은 것이지요.
의외의 결과에 눈이 휘둥그레진 것은 저 뿐만이 아니었는지, 아이들도 박수를 치며 축하를 대신하였습니다.
기뻐하는 여학생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역시 간절한 진심은 힘이 쎄구나.
내가 온 마음을 다 하면 세상이 변한다는 어디선가 들어본 말이 떠오르는 날이었습니다.
그 세상이 13살들로 가득찬 교실이라고 하더라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