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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경 Mar 06. 2024

요가를 하면 살이 빠지나요? 02

설날 주간이었다.

설날에 맘 놓고 먹으라는 법은 없지만 

나는 매년 있지도 않는 준법정신에 의거하여 명절 과식을 한다. 

심지어 설날 연휴로 인해 샬라도 문을 닫아 

설 주간 동안은 수련도 못하고 집에서 먹기만 하는

그야말로 집콕 휴양을 보냈다.

그러나 나는 잊지 말았어야 했다.

잠시나마 느낀 행복 이후에 밀려오는 후회를 말이다.

아니 사실 잊지 않았다.

흐린 눈을 했을 뿐.

행복했던 연휴 기간이 끝난 후 매트 위에 올라서자마자

지난 과식의 여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제 나의 몫이다.

내가 감당해야만 한다!

라고 외치며 수리야나마스카라를 시작했다.




요가를 하면 살이 빠지나요?

내가 꽤나 많이 들어온 질문이다.

사실 나도 요가를 시작할 때 무작정 찾아간 요가원 원장님에게 가장 먼저 물어본 질문이다.

아무래도 요즘 사람들이 운동하기로 마음먹는 이유 중 가장 큰 확률로

다이어트가 차지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아니 그보다 요가로는 살이 빠지지 않을 거라는 편견을 이미 가진 상태에서

나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아무래도 격한 헬스와 크로스핏보다는 상대적으로 정적인 이미지니까.

그에 대한 나의 답은 언제나 같았다.

“다이어트는 식단이 98%죠.”

그렇다면 정말 요가로는 소모되는 칼로리가 없느냐?

아니다.

오히려 칼로리 소모가 너무 잘 된다.

더불어 호흡도 깊고 정성스레 하기 때문에

혈액순환이 이렇게 잘될 수가 없다.

하지만 질문하는 자들이 말하는 ‘다이어트’란

체지방은 쏙 빠지고, 근육량은 올라가면서 내가 원하는 마름 탄탄 몸매가 될 수 있니?!

를 축약한 단어이기에 그들이 원하는 몸을 가지기 위해선

일단 일차적으로 식단 관리가 들어가야 함을 대답으로 대체하고 있다.

(으레 PT 선생님들이 식단 관리를 강조하듯)

식단 관리 없이 소모되는 칼로리만 믿고 간다면

아주 건강하고 튼튼한 사람이 될 것이다.

뭐 그것도 나쁘지 않지.

아니 그렇다면 요가 하는 사람들은 죄다 식단 관리를 하고 있다는 말이야?

음…

물론 이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또 요가의 종류마다 다르겠지만

내 기준에서 봤을 때 적어도 아쉬탕가를 하는 사람들만큼은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있다.

왜냐면 안 그러면 안 되거든.

안 그러면 안 된다고? 식단 관리도 아쉬탕가의 정신이야?

음…

뭐 옛날 옛적 책에는 채식만을 하라고 강조하긴 했었지만,

현대에 와서 식습관까지 강조하진 않는다.

하지만 원활한 아쉬탕가를 하기 위해선 식단이 정말 기본 베이스가 되어야 한다.

채식이면 좋겠지만, 웬만하면 소식으로.

식단이 수련에 영향을 준다는 소리야?

예. 

그렇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그래서 제가 설날 이후에 고통을 받았습니다.

사실 특별한 연휴 기간이 아니더라도 약속이 많았거나 과식이 잦았던 주간의

수련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몸을 비틀어야 하는 데 뱃살이 이를 막고,

몸을 반으로 접어야 하는데 뱃살이 자꾸 나와 눈이 마주친다.

몸을 들어 올려야 하는 데 들어올려지지가 않고 점프백, 점프스루가 굉장히 둔탁해지며

아니 그것 좀 먹었다고 숨이 깊이 쉬어지지가 않고 헐떡이게 된다.

여러모로 수련 퀄리티가 떨어지니 수련 이후에는

자책과 짜증만 늘어날 뿐이다.

(이러한 자기 비하 감정은 요가를 하면서 지양해야 하는 것이지만,

나는 그러한 고차원적인 인간이 아직 아니다.)

결론은 소식을 하든 간헐적 단식을 하든

몸을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수련에 있어서 방해받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쉬탕기들의 몸은 비록 각자의 키가 다르고 팔, 다리 길이가 다를지언정

느껴지는 내공과 탄탄함은 동일하다.

같은 시퀀스를 모두가 끊임없이 수련하기도 하니, 발달되는 근육의 부위 역시

같아지면서 모두가 비슷비슷한 체형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 역시 수련에 방해받지 않도록 나름대로 본인들의 노력을 할 것이 분명하다.

수련에 진심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왼쪽 발목을 오른쪽 서혜부에 끼워 넣고 오른 다리를 반으로 접는다.

허리를 비틀고 흉추를 비틀어 왼팔 겨드랑이를 접은 다리 바깥쪽으로 끼우고

오른팔은 몸통을 한 바퀴 휘감아 왼팔 손목과 맞잡는다.

마리챠사나 D

이 아사나(=자세)에서 언제나 느낄 수 있다.

아, 요즘 내가 잘 먹고 다니는구나.

나의 뱃살을 발뒤꿈치로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시도해 보라.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무작정 찾아간 요가원 원장님께 물어본 저 질문에

당시 원장님의 대답은 이러했다.

“식단 관리를 하시면 됩니다.”

나는 이러한 대답은 그 누구도 다 하는 것 아냐 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지금 내가 사람들에게 하는 대답도 원장님의 대답과 같다.

그래서 결론은

요가를 하면 살이 빠지기는 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빠질 것이다.

요가 입문 초기에는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빠질 것이며,

조금 적응 된 이후부터 요가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는

아마도 본인 자체가 더 잘 수행하고 싶은 마음에 살을 자발적으로 빼게 될 것이다.

또 예상과 다르게 근육도 엄청 생긴다.

따로 근력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원하는 몸매를 만드는 것에 치중하고 싶다면

요가가 아닌 헬스를 권하고 싶다.

헬스는 내가 바라는 워너비 몸매를 이리저리 만드는 데 적합한 운동이지만,

요가는 체형을 가꾼다는 것 보다는 수련하기에 적합한 몸을 만들어준다.

예를 들면 우락부락한 근육보다는 속에서 차오르는 길쭉한 근육이랄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요가를 하면 인스타 속 우아한 선생님들처럼 되겠지?

도 맞을 수 있겠지만, 아쉬탕가 세계에서는 우아함 속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매력에

마음을 뺏겨보라 말하고 싶다.

이렇게 식단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글을 쓰는 나 조차도

평일에만 바짝 신경 쓸 뿐 주말에는 폭식을 하며 치팅이라고 자기 합리화를 한다.

(오늘도 도넛 5개를 먹었다. 이상하게 단당류에 약간 돌아버린 듯 하다.)

수련의 욕심과 식욕 사이의 간극이 언젠가는 좁아지겠지.

혹시나 오늘 폭식 혹은 과식을 한 요기니들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당신 혼자가 아니다.

여기 내가 있다.

우리 그냥 오늘 행복하게 지내고 내일 수련에서 조금 더 고생해보자.

나는 언제나 당신의 수련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행복하고 안전한 수련을 하시길.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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