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상담 명령이 내려왔다.
그래서 정해진 절차라 생각하고, 무거운 마음을 안고 상담실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나는 또 하나의 '가해자'로 만들어졌다.
상담사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말했다.
"휴대폰은 꺼주세요."
녹음을 막으려는 것이겠지.
이 공간에서는 오직 그들의 말만 기록된다.
나는 나를 증명할 기회도 없이, 이미 불편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꺼내려 하면 상담사는 말했다.
"남자의 입장이 있고 여자의 입장이 있어요."
나는 내 입장을 말하려 한 게 아니다.
억울함을 풀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사람으로서, 내 목소리도 조금은 들어주길 바랐을 뿐이다.
하지만 그 상담사는 늘 내 아내의 대변인 같았다.
나의 설명과 고백은 늘 "하지만 여성 입장에서는…"이라는 한 마디로 덮였다.
내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말했다.
"아내분을 직접 만나보는 게 좋겠네요. 자리를 주선할게요."
나는 거절할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또 한 번 모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내 잘못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절차가 누군가의 편을 들어주는 과정이 되어버린 현실.
너무도 뻔한 시나리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가해자의 껍질을 뒤집어썼다.
나는 사람이지만,
여기선 한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했다.
남자이기 때문에,
그리고 '유책 배우자'라는 꼬리표 때문인지.
돌아오는 길에, 무겁고 차가운 바람이
내 기분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당신이라면 미래가 뻔히 보이는 데 같이 살 수 있어?2년 뒤에 재산분할 하자고 노골적으로 말 한 여자랑 어떻게?2년 후면 내 청약도 입주시점이 될 거고 내가 마련한 집까지 빼앗으려고 하고 내가 아닌 내 재물을 탐하는 여자랑 뭘 잘해봐..,
어떤 한량같은 새끼나 만나서 야! 잔소리 집어치우고 돈이나 내놔 이년아
하는 그런것들이나 지도 만나봐야 하는거지.
난 아니야. 제3자가 대신 해결 해 줄 수 없어.
도데체 뭘 안다고 그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