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4월입니다. 봄인 듯싶다가 벌써 여름이 거침없이 밀려드는 기분이네요. 형은 캐나다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비교적 안정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떨어졌던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시고 힘을 내서 다시 학교에서 만나게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곧바로 형이 제기한 중심 주제로 들어가 볼게요.
교사란 무엇인가요? 형 말처럼 다른 낱말들과 견주어 그 뜻을 말하기란 사실 너무 쉽습니다. 너무나 명확하게 정의되기 때문이지요. 바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뜻이니까요. 맞아요.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이게 저희의 본업입니다. 그 밖의 것들은 모두 껍데기고 쭉정이들입니다. 그 껍데기와 쭉정이들도 필요하다면 때로는 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일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어디 그런가요? 현실은 ‘예외’가 아니고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해마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교사들은 업무분장을 합니다. 먼저 맡고 싶은 업무를 1순위에서 3순위까지 신청받고, 관리자들의 조정을 거쳐 내 업무가 정해지는 거죠. 하기 싫어도 수많은 업무 중 하나를 써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다문화 교육 및 탈북학생 교육’, ‘체육관 및 다목적실 관리’, ‘방송반 운영’, ‘과학행사 및 대회 참가’ 따위죠. 제가 신규 교사들을 위한 직무연수에서 강사로 나설 기회가 있었는데, 그러면서 업무들 예시를 보여주기 위해 우리 학교 업무들이 몇 개나 있나 ‘업무분장표’에 있는 업무들을 하나하나 세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몇 개나 있었는지 아십니까?
신규 교사들에게 얘기하자마자 다들 깜짝 놀랐습니다. 결과는 130개였습니다. 이 숫자는 교무행정실무사, 행정직원, 비교과교사(상담교사, 사서교사, 보건교사 등 수업을 위주로 하지 않는 교사)의 업무를 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교사들의 업무 수를 가리키는 숫자였습니다. 하지만 사실 대단하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많은 업무를 교사가 처리해야 한다는 게. 우린 늘 업무 숙련도로 교사의 자질을 평가받아왔으니까요.
여기서 하나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이 업무분장표 어디에도 우리의 본업이라고 할 만한 ‘학생 생활지도’, ‘교육과정 연구 및 운영’, ‘학생 평가 문항 작성 및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학부모 상담’, ‘수업’ 등은 전혀 명시돼 있지 않다는 것이지요. 사실 우리의 업무분장표에는 이게 가장 중요하고 굵직하게 드러나야 하는데, 그 어디에도 없어요. 그리고 껍데기들만 가득하죠. 본말이 이토록 뒤바뀌어도 되는 걸까요.
다소 극단적으로 말해 저는 가르치는 일과 관련된 일만이 교사의 업무이고, 나머지는 저희의 업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로 다른 일들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업무 바깥의 것들을 너무 많이 하고 있어 정작 수업 준비는 뒷전이 된 상황이지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는 학교에서 수업 준비를 거의 해본 적이 없습니다. 부끄럽다고는 했지만 이건 제 자의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준비할 시간이 있었던 적은 거의 없었거든요. 우리가 모든 수업을 다 마치고 나면 초등의 경우, 이르면 오후 1시 40분, 늦으면 2시 30분입니다. 수업이 끝나고 퇴근하는 4시 30분까지 2~3시간 정도가 남습니다. 이 모든 시간을 수업 준비하는 시간으로만 써도 사실 빠듯합니다. 2~3시간이면 충분하지 않냐고요? 한 번 생각해 볼게요.
하루에 보통 우리는 4~5시간을 수업합니다. 한 시간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지요. 대충 준비한다면 10분에도 끝낼 수 있고 극단적으로는 준비 안 하고도 할 수 있지만, 지금 우리가 그런 대충의 상황을 가정하고 하는 말이 아니니깐요. 충분히 준비하기 위해선 적어도 한 시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내용 파악하는 건 물론이려니와 수업 구상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고, 구상한 수업을 구현하기 위해 자료를 찾고 직접 만들거나 있는 준비물, 없는 준비물을 구하기 위해 쏟는 시간 등을 생각하면 한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더 알찬 준비를 위해서는 하나의 수업을 위해 2~3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냥 평균적으로 1시간 정도를 가정해 볼게요. 4~5시간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4~5시간 정도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수업 끝나고 남는 시간은 2~3시간인데 그 시간을 온전히 수업 준비하는 데 쓴다고 해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하물며 수업이 끝났다고 해서 바로 교사의 시간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들을 칼같이 정시에 딱 보낼 수도 없고, 끝나고는 여러 가지 이유로 굼뜨게 가는 아이들을 챙겨야 하고, 쓰레기와 먼지로 가득한 교실을 한 번씩 쓸어줘야 합니다. 요새는 교과 보충이다 뭐다 해서 아이들 몇을 데리고 수업을 더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교사 수당도 받고 있고, 학습이 더 필요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일이기는 합니다) 또 끝나고 나서 학생 상담, 학부모 상담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학생들의 과제도 봐야 하고, 평가 문항도 만들어야 하고, 평가지 채점도 해야 하고 평가 결과도 기록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정말로 아이들과 관련된 일, 가르치는 일만 하더라도 하루는 빠듯하다 못해 부족합니다. 그런데 수업 준비하기도 바쁜 이 시간에 우리는 수업 준비를 할 수 없습니다. 그 이름도 무색한 ‘업무’(우리의 본업이 아니니 사실상 ‘잡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이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교사의 ‘교육’ 행위와 관련이 전혀 없는 업무이고, 다른 하나는 교육과 관련은 있으나 형식에 지나치게 얽매여 처리하는 데 시간을 잡아먹는 업무입니다.
사실 두 번째 얘기는 모든 업무에 해당하는 얘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학교도 관료제 조직이라 형식에 매여있고 그 형식을 갖추느라 불필요하게 다들 필요 이상의 품을 들이고 있습니다. 물론 분명 필요한 경우도 있겠으나, 굳이 필요 없는 공문도 내려오고 굳이 필요 없는 공문도 만들어 내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모르겠습니다. 업무를 효율화하고 간소화한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그런 것들을 전혀 못 느끼겠습니다. 공문을 쓸 때 문장 어디 끝에는 점을 찍어야 하네, 문서 마지막에는 꼭 ‘끝’을 써야 하는데 예전에는 두 칸을 띄어야만 하네, 문서 번호 다음에 ‘호’를 붙여야 하네, 하는 의미 없는 형식이 여전히 살아있는 현실 속에서 간소화가 과연 가능할까요?
가장 중요한 건 ‘교육’ 행위와 관련이 없는 업무들일 것입니다. 형이 얘기한 ‘CCTV 설치 및 관리 업무’와 같이 학교 시설과 관련한 것들을 교사가 맡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명백히 행정실 업무죠. 그뿐만 아니라 ‘정보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들이 처리하는 업무들도 이걸 왜 교사가 하고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합니다. 교실에 있는 컴퓨터와 TV, 프린터 등 전자 기기의 모든 모델명을 조사하고 유지 보수 및 폐기, 새 기기로의 교체 등 모든 것을 교사가 합니다.
‘교육’ 행위와 관련이 없는 대표적 업무는 바로 ‘방과후 교실’과 ‘돌봄 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뜻 들으면 방과후 교실과 돌봄 교실은 아이들이 관련돼 있으니 ‘교육’ 관련 업무 아닌가, 싶을 수도 있겠습니다.
맞아요, 아이들과 관련돼 있다는 것은 적어도 맞지요. 하지만 이건 예컨대 학교 밖 학원도 아이들이 다니는 곳이고, 학교 밖 지역아동센터나 키움센터도 아이들이 다니는 곳이니 교사가 관리해야 한다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아요. 방과후 교실과 돌봄 교실은 그러니까 몸통만 학교 안에 들어와 있지 그 성격이 상당히 다르다는 겁니다.
학교 교사들은 ‘국가교육과정’에 따라 아이들을 지도하고 가르쳐요. 그 일을 잘하라고 교사들을 뽑은 것이지 ‘국가교육과정’과는 상관도 없는 ‘방과후 교실’과 ‘돌봄 교실’을 관리하고 책임지라고 뽑은 게 아니에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두 개의 ‘교실’이 학교 안에 들어오더니 그냥 당연하게 교사가 하는 업무가 돼 버렸지요.
저는 시대적 요청이 있다면 방과후 교실과 돌봄 교실이 학교 안에 들어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다른 교사들과 생각이 다른 부분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적어도 충분한 준비가 되었을 때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위 두 교실은 아무런 준비 없이 학교에 들어왔어요. 교실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는데 들어왔어요. 그리고 새롭게 담당 교사를 채용하는 게 아니라 이미 근무 중인 교사가 하도록 일을 떠넘겼어요. 이러면 안 되죠. 이러면 정말 안 되는 거예요.
얼마 전 제가 교육 탐방을 다녀온 프랑스 학교 현실을 볼까요? 프랑스도 돌봄 제도가 있어요. 프랑스 학교는 점심시간이 두 시간이나 되는데, 그 두 시간 동안을 우리로 치면 ‘돌봄전담사’ 분들이 전담해서 돌봐요. 특이하죠? 그 두 시간 동안 교사는 아이들과 만나지 않아요. 그렇게 점심시간이 두 시간이나 되다 보니 하교 시간이 좀 늦는데, 수업이 끝나는 4시 반 이후에 또 원하는 아이에게 6시나 그 이후까지도 돌봄이 이뤄져요. 언뜻 보면 우리의 돌봄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 보이죠? 오히려 더 늦게까지 체계적으로 잘 돼 있는 것도 같아요.
그러나 큰 차이가 있어요. 그건 바로 이 돌봄 제도를 담당하는 주체가 ‘교육부(청)’가 아니라 바로 관할 행정 ‘시’라는 것. 학교는 건물만 빌려주고 안전과 관련된 최소한만 관여한다는 것. 그리하여 교사는 이 돌봄과 관련한 어떠한 일도, 접촉도 없다는 것. 돌봄전담사 또한 ‘시’에서 관리하고 임금도 시에서 지급한다는 것.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요? 방과후 교실과 돌봄 교실 모두 교육부가 주도하고 결국 실제적인 업무를 모두 기존의 교사가 하고 있어요. 학교밖 사람들은 교사들이 직접 가르치거나 돌보는 것도 아닌데 그 업무가 뭐 그렇게 많은가 싶겠지만, 예컨대 방과후 교실 하나를 꾸리기 위해 강사 공고를 내고, 수십 명의 강사 이력서를 받고, 수십 명의 강사 후보 면접을 보고, 수십 명의 강사를 뽑아 채용하고, 계약서를 쓰고, 각종 동의서를 받고, 꾸려진 강좌 강의 계획서를 받고, 강좌 신청을 아이들로부터 받고, 수강료 정산하고…… 아직 해야 하는 일의 반도 얘기 못했지만, 종이가 아까워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일을 처리하면서 나오는 공문의 양은 또 어떤지요. 이 수많은 일을 수업이 본업인, 아이들 가르치기 바쁜 교사가 해야 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요?
많은 교사가 방과후 교실과 돌봄을 반대하는 까닭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교사가 본업도 아닌 다른 일에 힘을 쏟고 있어 정작 자기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 소홀히 하게 되는 것. 더도 말고 이 때문입니다.
몇몇 진보적인 단체나 인물들이 돌봄을 반대하는 교사들에 대해 엇나간 비판을 하곤 하는데, 정말 한숨만 나옵니다. 방과후 교실과 돌봄 교실을 학교에서 한다고 한다면 적어도 그 일을 위한 별도의 채용이 꼭 필요합니다. 그게 선행되지 않은 방과후 교실과 돌봄 교실은 누군가의 희생(교사의 희생!)을 전제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방과후와 돌봄이 과연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는 ‘늘봄’에 대해 교사들이 우려하는 까닭 또한 같습니다. 물론 지금은 ‘늘봄’ 업무를 맡길 기간제 교사를 별도로 채용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앞으로 어떨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지금까지 이와 같은 일들을 모두 교사가 맡아왔기 때문입니다. 제발 그러지 않기를 바랍니다.
교사는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형이 이야기한 ‘교무업무전담팀’ 제도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니다. 저도 혁신학교에 있어 봤기에 교무업무전담팀의 존재를 압니다. 그 학교에 있을 때 업무가 아예 없지 않았지만 거의 없다시피 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업무전담팀에 속한 교사는 수업을 조금 덜 하는 대신, 업무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수업을 해야 하는 교사가 업무에 더 중점을 두고 업무에 더 파묻혀 있어야 하는 상황이 올바른 것인지는 조금 고민해봐야 할 지점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다른 대안이 없다면 그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닌가 싶긴 합니다. 다만 업무전담팀을 맡는 교사는 다른 이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신 분들이니 다른 부분에서 더 배려받아야 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업무전담팀을 맡아야 형평성에 맞는 것도 같고요.
형이 겪었던 업무전담팀과 제가 겪었던 업무전담팀이 같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교무업무 전담 ‘교사’에 대한 언급이 형의 글에서는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경기도 학교의 업무전담팀은 어쨌든 교사가 중심이 되어 일을 추진했습니다. 수업 시수가 비교적 적은 ‘전담교사’들이 중심이 돼 전담팀을 꾸려 교사들의 많은 일들을 가져가 덜어주었습니다.
형이 얘기한 ‘교무업무전담사’는 아마도 경기도의 경우 교육공무직인 ‘행정실무사’를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지역이 다르다 보니 명칭도 조금씩 다르겠지요. (물론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혁신학교에 한 명씩 배치됐다고 하는 걸 보니까요) 경기도의 경우 보통 학교에는 세 명의 행정실무사가 있습니다. 교무실에서 근무하는 ‘교무실무사’, 과학준비실에서 근무하는 ‘과학실무사’,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행정실무사’. 그런데 여기에 한 명의 행정실무사를 더 고용한다고 해서 학교의 업무가 확 줄런지는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행정실무사 한 사람이 가져가는 업무량이 현재로서는 체감할 만큼 크지 않은 실정인데, 그들은 현재 하는 일 이상을 맡으려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노조의 입김이 센 탓도 있고, 어쩌면 그들 처지에서는 그게 정당한 노동의 양이니 더 늘리는 게 불합리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어떤 일들은 교사가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기도 하겠기에 교사가 아닌 인력을 더 채용해서 업무를 줄이는 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저는 좀 회의적인 생각을 하게 됩니다.
관리자의 역할도 형이 이야기했는데, 너무나 동감하는 바입니다. 여전히 본질은 변하지 않은 채 있습니다. 분명 괜찮고 민주적인 교감, 교장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권위적이고 책임지지 않는 교감, 교장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좀 더 책임질 줄 아는 교장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업무전담팀의 총괄 업무를 교장이 맡는 것에 저도 동의합니다. 리더의 가장 큰 역할 가운데 하나인 조정자로서 능력을 교장이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쳐낼 일은 쳐내고 간소화할 일은 간소화하며 교육과 먼 일들은 최대한 교사들이 맡지 않도록 조정해야 합니다.
다만 곁가지이긴 한데, 형이 얘기했듯 10여 년 전 직업 만족도에서 초등학교 교장이 1위를 하긴 했었는데 저는 형이 너무 오래전 결과를 가져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제가 알기론 그 이후 초등학교 교장이 1위를 한 적은 없는 걸로 압니다. 확실히 요새는 그렇지 않습니다.
찾아보니 22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2020년 직업 만족도도 그렇고 가장 최근인 23년 같은 곳에서 발표한 2021년 직업 만족도도 그렇고 10위 안에 초등학교 교장은 없었습니다. 되려 21년에는 꽤 상위권인 8위에 초등학교 교사가 있는데 이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어느 한 번의 지표로 섣불리 파악하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10년 전에는(혹은 그전에는 더) 관리자들이 매우 편한 자리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그들도 나름의 고충이 많을 거로 생각합니다. 절대 그들을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요.
반대로 저는 교사들은 무조건 관리자와 학부모, 학생들에게 피해만 받는 존재인지 한 번쯤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리자, 학부모, 학생들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과는 별개로 교사들의 문제는 없는지 저희는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교사들의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시기상조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들의 상처가, 서이초 박 선생님의 상처가 아물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연 교사들의 문제는 없는 걸까요?
교사들은 항상 피해자의 처지일까요?
말하기엔 너무 조심스러운 이야깃거리를 던진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이근이 형, 캐나다에서 가족들과 더 좋은 시간 보내시고 저처럼 천천히, 형의 좋은 생각들 또 보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