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사 때마다 먼저 가버린 친구를 잊지 않는 오빠를 다들 불편해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 것이라, 나는 내 새끼가 더 걱정이 돼.."
나는 대번에 엄마가 누구를 보고 지레 겁먹었는지 눈치챘다.
엄마, 아직 6년밖에 안 되었어.
나는 처음으로 그의 기일을 헤아려보면서 오빠를 두둔했다.
그렇게 헤아려보지도 않고서, 그저 오래 전의 일로만 치부해 왔던 걸 뒤늦게 깨달으며.
"내가 뭘 하는데. 나는 놓아주지 못하는 게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내가 뭘 했는데."
오빠는 취할 때마다 울었다.
친구가 그리워서 울고, 섣부른 충고들에 상처를 받아서 또 울었다.
뭐가 그렇게 억울한지 말은 못 하고, 그냥 아니라며 울었다.
내 침묵을 걱정하며 재촉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그저, 아직 24시간도 지나지 않았다고,
한 마디를 뱉었을 뿐이었다.
뭐든지 그렇게 빨리 잘 정리하는 당신들이 나는 오히려 너무 이상하다고, 나는 모든 게 다 멈춰버렸는데. 그런데 뭘 어쩌라고. 그런 말들은 삼켰다.
무엇을 이겨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잘 이겨내라는 말을 듣는다.
이제 모두들 내 눈치를 봐.
꾀병을 부린 적도 없는데도, 꾀병이 끝난 사람처럼 나는 외려 씩씩한 척 유쾌한 얼굴로 사람들을 대해야 할 것만 같은 압박을 받는다.
사실 나의 애도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그저 몸이 아팠던 것뿐이라고,
슬퍼하기엔 아직 나는 아무것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슬픔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덮쳐올지 알 수가 없어서 조금 두려워하고 있다고,
내 슬픔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은 벌써 지겨워하기 시작하는 것 같아서 외롭고 서럽다고.
그런 말들을 감춘다.
더 이상의 애도는 숨겨야 한다는 걸,
선례를 보아 잘 알고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