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자 교내 오케스트라 지원서를 받게 되었습니다. 지원서에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첫째: 악기 배운 경험 유무, 둘째: 악보 볼 수 있는지, 셋째: 어떤 악기를 할 것인지 적는 것이었습니다. 전 별 이에게 물었습니다. "별아, 오케스트라 지원해 보는 게 어때? 피아노 배운 지도 3년이 넘었고 악보도 볼 수 있으니 좋은 기회인 것 같은데?" "싫어! 안 할 거야!" "그래? 그럼 피아노만 배우고 다른 악기는 안 배워도 괜찮아? 안 해봐도 괜찮아?" "엄마는 다른 악기도 궁금할 것 같아. 바이올린은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면 어떤 기분일지 말이야." "한 번 생각해 봐." "응, 알았어"
다음 날이 되었습니다. "엄마! 나 할래" "정말? 잘했어!" "한 번 해보는 거야" 얘기가 끝나자마자 지원서 작성하고 가방에 챙겨 주었습니다. "별아, 지원서 챙겼으니 잊어버리지 말고 제출해" "응"
그렇게 바이올린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매주 화요일 정규 수업 끝나고 2시간, 방학기간에도 학교에 나갔습니다. 한 번도 결석하지 않았고 다행히 피아노 보다 어렵지 않다며 곧잘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악기를 배운 지 2년이 다 되어 가니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매일 아침 7시 50분까지 등교해서 음악실에서 36명의 단원들과 연주 연습을 하였습니다. 그 덕에 제가 아침마다 운전기사가 되어야 했습니다. 7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씻고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짧은 아침 시간에만 빨리하라는 소리를 20번 이상은 해야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마냥 괜찮았을까요? 천만에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을 삭이기도 했고 터져버리기도 했습니다. "야! 늦었어! 빨리 좀 해!" 늘 저만 마음이 바빴습니다. 해서, 걸어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의 학교까지 운전기사 노릇을 한 것이었죠.
드디어 24년 11월 5일 오케스트라 첫 공연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별 이는 늦어도 오전 7시 45분에 집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7시 30분이 되어서야 씻으러 욕실로 향했습니다. 후다닥 씻고 나와 검은색 스타킹을 신고 검은색 고무줄 바지와 검은색 티셔츠를 입었습니다. 그다음 예쁘게 해 주려는 엄마 마음에 머리카락을 땋아 주려고 가르마를 가르는데 "엄마, 한 머리로 해줘" "왜?" "시간 없으니까 빨리하고 가야 돼" "네가 늦게 준비한 거잖아?" "알았어" 한 머리로 질끈 묶고 남색 머리핀을 꽂아주었습니다. "엄마, 다녀올게" 큰소리로 인사하고 서둘러 나갔습니다. 공연같이 보러 가기 위해 연차를 낸 남편이 운전기사가 되어주었습니다.
오후 1시 남편과 함께 공연장에 도착했습니다. 각 학교별로 진행되는 행사였고 별이 학교 단원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예쁘게 차려입은 의상과 구두 모두 맞춰 입었습니다. "우와~ 예쁘다" 아이들은 해맑게 웃고 장난치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기 전 각 학교별로 학부모 자리가 배정되어 있는 표를 보고 들어갔습니다. 생각보다 크고 그 공간 안에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공연 순서가 되었습니다. 줄지어 나오는 단원들 속에 내 아이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느 자리에 앉나' 고개를 쭉 내밀고 눈은 동그랗게 뜨고 보았습니다. 인사 후 곧 선생님의 지휘에 맞춰 연주가 시작되었고 핸드폰 카메라 앵글 안에 아이를 담으려 온갖 애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늘렸다 줄였다 여기저기 자리도 옮겨보고 결국 맞은편까지 고개 숙이며 뛰어가 최대한 많이 담으려 했습니다. 아주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아이에게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어 이끌어 주려고 노력하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 번 선택했으면 쉽게 그만두지 않도록 계속 이끌어 가야 하는 것도 말이지요. 그러려면 늘 예민하게 아이들을 살펴야 하고 엄마도 현재 상태가 어떤지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