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전이 된다.
몇 달 전부터 시어머니는 풍물 수업을 받으셨다. 도서관에서 청소업무를 하시는 어머니는 정말 부지런한 분이시다. 10년 넘게 비행기 내부 청소를 하셨고 퇴직 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요양원에서도 몇 년간 근무를 하셨다. 물론 그전, 그 전전에도 일을 쉰 적이 없으시다. 이제는 도서관에서 오전 4시간가량 근무를 하며 오후에는 여유롭게 지내신다. 헬스도 다니고 풍물을 취미로 시작하신 거다.
오늘 탐라문화제* 행사에서 마을별로 공연대회가 있었다. 어머님이 참가하는 용담동 공연이 가장 첫 번째 순서라 우리는 서둘러야 했다. 10시 시작이니 아이들을 챙기고 일찍 집을 나섰다. 어제 미리 사둔 작은 꽃다발도 챙겼다.
*제주탐라문화제: 제주의 민속, 신화, 역사, 생활 등을 기반으로 한 도민 참여 축제.
이른 시간 공연이라 탑동 광장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대부분 공연팀의 가족이나 지인들로 보였다. 우리도 자리를 잡아 할머니가 나오길 기다렸다. 어머니 담당은 북이었다. 황룡을 내세워 기우제를 지내는 콘셉트의 풍물공연이었다. 공연장 가운데는 제를 지내기 위한 상까지 차려져 있었다.
신명 나는 리듬에 맞춰 우리는 박수를 치며 공연을 관람했다. 유준이는 할머니를 찾았다며 손으로 가리키며 좋아했고, 시원이는 무릎을 구부렸다 피며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어르신들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나이가 들면 어떤 생활을 하게 될까 잠시 궁금해졌다. 어머니는 부녀회장까지 하시며 동네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기도 했다. 지금은 경로당 배식봉사를 하시고 계시다. 느지막이 세례를 받아 성당도 아주 열심히 다니신다.
가끔 시어머니를 보며 나와 성격이 좀 닮았다 싶기도 한데, 내적 에너지는 나와는 비교도 안되게 풍부하신 분이다. 강인하고 단단한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을 표본으로 보여주시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할머니가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이 될 것이다. 유준이는 어머니께 꽃다발을 드리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잠시 어머니의 표정을 읽었는데, 이 비싼 꽃다발은 왜 사 왔지 하는 모습이었다. 어른들은 꽃 선물을 부담스러워하신다. 그러나 공연에 꽃이 빠질 수 없지. 며느리는 핸드폰 카메라를 켰다. 할머니와 그 아들, 그리고 손주들을 사진에 담았다.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은 눈빛이 다르다. 나는 에너지가 많은 사람은 아니다. 펌프질을 해야 겨우 충전되고 나를 다그쳐야 에너지 불씨가 톡톡 살아나는 성향을 가졌다. 나는 에너지가 타고나지 않았지만, 에너지가 많은 사람을 동경하고 좋아한다.
어머님의 에너지는 우리 가족에게 불씨와도 같다. 아들과 손주들에게는 물론이고, 친정 부모님이 안 계신 나에게도 모자란 영양소를 채워주듯 어머님의 에너지는 비타민이고, 미네랄이 된다.
자식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힘듦이 많으실 텐데, 늘 한결같은 에너지를 주시는 어머니가 며느리가 아닌 같은 여자로서 대단하다고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