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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 Feb 27. 2024

넌 무얼 좋아하니?

너를 자세히 떠올려봐


생각해 보면 

'나'에 대해서 내가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나'를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며칠 전 그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끄적였을때 좀 충격적이였다.

내가 좋아하는것들이 술술 나올줄 알았는데

당최, 음주가무 말고는 적을게 없다니..


아이를 재우고 조용한 거실로 나와

은은한 조명 하나 켜고 나를 생각해봤다.


10대의 나는 뭘 좋아했었니?

20대의 너는 어떤 꿈이 있었니?

30대의 너는 어떤것을 즐겼니?


그러자 더듬 더듬

하나씩 하나씩 생각이 나더니

어느새 봇물이 터지 듯 마구잡이로 흘러나왔다.


서둘러 아무 종이에 생각나는대로 끄적였다.


시쓰기 시집읽기 슬픈가사쓰기 미녀개그맨되기

카카오스토리글쓰기 멘토되기 강연하기 노래배우기

그림배우기 책읽기 영어로 유창하게 말하기 


순식간에 후다닥 적고나니 

잊고있었던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서점가서 시집은 참 많이 사고 많이 읽었지

차마 맨정신으로는 봐줄수 없는 시 비슷한 것도 많이 썼었지.

슬픈걸 좋아하면서도 남들 웃겨주면 그게 또 그렇게나 좋았었지

미녀개그맨 되고싶었는데 미녀가 못되어 포기를 했었지

어린나이에 애기키운다고 정신줄 없이 살면서도

늦은 새벽 갬성 터져서 글 올려댔지

참 힘들고 어둡던 어린시절.

풍파겪으며 일궈낸 내 작디작은 성공의 경험으로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고 싶어서 멘토도 되어주고 싶었고

그 계기로 강연도 하고싶었구나.

성대결절이라 3겹 패스츄리마냥 겹겹이 갈라지는 목소리지만 여전히 노래를 사랑하고

7살 둘째와 비슷한 그림수준을 가졌지만 그림을 잘 그려보고 싶었고

"아이엠 노잉글리쉬"라고 외치던 친구녀석이 호주에서 8년간 사는걸 보며

나도 영어로 유창하게 말하고싶었지..


그래, 나도 

애들 재워놓고 술한잔마시는거 말고도

좋아하는게 많은 사람이구나 



매순간 힘들때

나보다 10살즈음 많은 언니가

살아보니 이렇더라..

언니도 그랬단다..

괜찮다..

충분히 잘하고 있다..

이런길도 있더라..

이런말이 난, 참 고팠다.


나의 작은 이야기로

누군가가 위로받으면 

그게 나를 위로하겠구나싶었다.


결심했다.

이런말이 고픈

이 세상 모든 지영이에게

해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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