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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Oct 20. 2024

그냥, 사막이 좋아서요.

사막 속의 오아이스, 샹샤완 사막



어느 날, 사막이 가고 싶었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모래를 만지고 그 위를 걸어보고 싶었다.



누구나 영화 속에서나 마주할 법한 생경한 광경에 대한 동경이 있기 마련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이 거대한 모래 언덕이 펼쳐지는 사막이 그랬다.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각기 다른 풍경을 접했으나 한 번도 사막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 중국의 남방 지역에 살았기에 아열대 기후에 습한 환경에 익숙했던 나는 중국의 북방 지역을 여행하기로 결심했다.



가장 먼저 알아본 곳은 광활한 사막과 초원을 볼 수 있는 내몽골이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몽골은 외몽골 지역이고, 내몽골은 중국 국경 안에 있는 몽골 지역이다. 아마 우리에게는 네이멍구 자치구로 더 익숙할 테다. 내몽골 역시 우리가 몽골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넓은 초원과 사막을 지니고 있다. 중국 내에 위치하지만 내몽골 안에서도 몽골어를 사용하는 몽골족들을 자주 볼 수 있고, 도시 곳곳에 몽골어로 쓰인 간판들이 있다.



사막을 향해 떠나는 길은 베이징에서 기차를 타고 후허하오터(呼和浩特)시로 가서 기차를 한번 더 갈아타는 긴 여정이었다. 베이징에서 서쪽으로 세 시간 정도 더 가서네이멍구 쿠부치(庫布其) 사막의 동쪽에 위치한 샹사완(响沙湾 사막에 도착했다. 샹샤완 사막은 중국의 국가 5A급 관광지로도 등록이 되어 있고, 특히 금빛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사막 위에 조성된 테마파크로 유명하다. 면적이 1만 6,000㎢에 이르는 사막은 중국에서 일곱 번째,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큰 사막으로 베이징에서 가깝고 접근이 쉬워 일찍이 관광지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테마파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사막과 협곡을 가로지르는 케이블카에서 내려서 자동차를 타고 한 번 더 들어가야 한다. 케이블카에 타서는 먼 거리에서 조용하게 사막을 본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후에는 40명 정도 탈 수 있는 자동차로 이동하며서 사막을 마주한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안은 천장이 없는 탓에 케이블카에서 바라보던 사막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뜨거운 사막의 바람과 눈을 찌르는 모래 알갱이를 맞으니 사막이 나를 온몸으로 환영하는 듯했다.





테마파크 정거장에서 내리면 천막으로 만든 KFC가 보인다. 이곳은 샹샤완 테마파크의 입구이자, 포토존이다.  사막 위로는 나무 데크를 따라 테메파크로 향하는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물론 데크 길을 따라 걷는 사람도 있고, 사막의 모래를 보고서는 모래를 따라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 발자국을 남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데크 길 방향으로 걷다 보면 곳곳에 놀이기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 사막과 초경량 철골구조로 만들어진 놀이기구들은 이질적이면서도 묘하게 어울렸다.




 

특히 사막 한 가운데 만들어진 인공의 구조물들 위에서 휴양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나에게 생경함을 더해 주었다. 샹샤완의 사막 전체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놀이터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 경관이 아니어서일까, 살던 지역에서 멀리 떠나와서일까. 이곳은 모든 사람이 서로를 신경 쓰지 않고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다. 나 역시 사막을 걷다 보면 어린아이들처럼 중심을 잃고 휘청이며, 가끔 넘어지기도 했다.



사막의 부드러운 모래와 푸른 하늘이 펼쳐진 끝없는 길을 걷다 보면 경외감에 사로잡힌다. 자연의 웅장함에 감탄하면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그래서 새로움과 생경함을 좇는가 보다. 보지 않으면, 알 수 없기에.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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