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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여름 Sep 05. 2024

8월 31일

이때 나는

눈물이 아닌 것을 흘려내기 위해

정신없이 달렸다


나는 풀숲에 빠졌다

저물어가는 매미 소리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피어낸 능소화

참을 수 없을 만큼 등에 맺힌 땀방울


난시를 가진 눈 뒤편에 상으로 맺은

초록의 빛과 노란 번짐을 보아라

끝나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마지막으로 남은 매미의 울음을 들어보라

끝내 의미가 없어도

밝고 짧게 불타오른 한 생이란


아! 호흡은 정돈된 적이 없다

땀 대신 다른 것을 흘린 날에도

8월의 마지막 날 아름다운 잔상을 지켜보아도

얼마나 더 적셔야

나의 호흡과 박동을

마침내 멈출 수 있는가


나는

뜨거워질 날이 더는 없을

8월의 마지막 날에

흐르는 땀보다 더 뜨거웠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여름의 끝자락에서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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