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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엌실험실 May 13. 2024

29. 밀가루 day 1.

이제 제법 자유로운 식생활이 가능하다

밀가루를 두달만에 먹다니.

물론 아토피가 심했던 3년 전에는 밀가루를 1년 넘게 안먹은 적도 있어서 아주 어렵진 않았다. 못먹는게 있으면 먹을 수 있는걸 요리조리 잘 챙겨먹는다ㅎㅎ 먹을땐 참 부지런하기 때문에ㅎㅎ


내 아침 : 바나나+해바라기씨버터+호박씨+카카오닙스 (어제 이렇게 먹었는데 꽤나 맛있었다) / 스크램블에그, 마 구운것에 올리브오일 뿌린것

밀가루를 먹기로 했지만 빵이 집에 없었다. 어제 빵을 주문하려고 했는데 이미 새벽배송 시간을 넘긴 뒤에야 생각난거다. 그래서 있는 것으로 아침상을 차렸다.


태오아침 : 죽(닭고기, 브로콜리, 현미)

태오는 내가 일어나기 전 남편이 냉동된 이유식을 데워서 먹였다고 했다. 나랑 다르게 빵이 아닌 밥파인것 같다고 하면서 남김없이 잘 먹었다고 했다. 이유식 만든 엄마는 으쓱, 뿌듯하다.

아침 2 : 드립커피 + 초콜릿쿠키

이 초콜릿 쿠키는 이전에 아이허브에서 주문했는데 알고보니 밀가루가 들어있어서 오늘부터 먹어보려고 벼르고 있었다. 다른 밀가루 종자인 einkorn 이라는 밀이 들어갔다고 한다. 일반 밀가루랑 다르게 유전자 변형이 된 적 없는 밀가루이며, 글루텐이 비교적 낮다고 한다. 그걸 모르고 나는 밀가루 없는 쿠키인줄 알고 샀던거다. 아무튼 요 초코쿠키는 그럭저럭 먹을만한 밀가루 쿠키였다.

태오 먹이려고 컬리에서 주문한 성이시돌 제주 우유식빵을 냉동실에서 찾아냈다!! 야호 밀가루 day 1을 문제 없이 지킬 수 있게 됐다.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대부분의 식빵 원재료명을 보면 첨가물이 가득하다. 왜 첨가물이 들어가야 하지? 싶지만 그렇더라. 이 식빵은 유기농 우유를 쓴데다가 첨가물까지 들어있지 않다. 그래서 그전에도 구매했었고 이번에도 주문했던거다. 맛도 좋다.


태오점심 : 식빵, 후무스(병아리콩, 올리브오일, 타히니(참깨페이스트), 레몬즙, 물을 넣고 갈은것), 천혜향

밀가루를 먹여볼 생각으로 식빵만 주기보다는 너무 퍽퍽할것 같아서 후무스를 얼른 만들어서 같이 줬다. 아기가 직접 먹는 자기주도식을 할때 빵은 적당히만 구워줘야 안전하다고 읽었다. 너무 부드러워도 떡 처럼 뭉쳐소 목에 걸릴 수 있고 너무 바삭하게 구워도 먹기 힘들어한다고 해서 적당히 구운뒤 까슬한 부분을 제거하고 스틱처럼 자른뒤 후무스를 발랐다. 천혜향 역시 껍질이 좀 두꺼워서 삼키는데 힘들어 하길래 껍질을 일부 제거한뒤 줬다.


밀가루 먹이기 성공ㅎㅎ 태태오는 다행히 알러지 반응이 없었다.

빵을 처음 먹는 태태오

오늘은 이모님이 원래 오시는 날이지만 일정이 있다고 하셔서 남편이랑 내가 종일 봐야 하는 날이다.

그래서 에너지를 절약하고자 설거지 거리가 가장 적은 샌드위치를 시켰다. 배달음식을 시키면 편하지만 종류에 따라 용기가 너무 많이 와서 설거지 거리가 엄청난 배달음식들이 있다ㅎㅎ 밀가루도 먹을겸!


내 점심 : 연어 아보카도 샌드위치

오랜만에 먹는 빵맛ㅎㅎ 기대를 하긴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큰 감흥은 없었다. 막 특정 밀가루 음식이 먹고 싶을때 먹은게 아니라 먹어야지 하는 계획 아래 먹어서 그런가보다.

태오 간식 : 바나나, 치아씨드, 해바라기씨버터 섞은것

점심이 조금 부족했는지 찡찡대서 간식을 먹였다. 잘 익은 바나나라 너무 단 것 같아서 바나나만 먹이기는 좀 그러니 치아씨드를 섞고 해바라기씨 버터도 같이 넣어서 과즙망에 넣어줬다.

태오 저녁 : 이전에 만들어뒀던 죽(병아리콩, 흑미현미백미, 당근)

이전에도 먹였었지만 이건 생각했던 것 보다 태오가 좋아하는 조합이다. 다음번에 다시 만들어줄까 싶다.

내 저녁

이모님 없이 육아하는 시간이 길었던 하루라 저녁먹을 때쯤 나는 이미 방전되어 있었다.

그래서 해동해두었던 갈비탕 간편식과 냉장고에 있던 흑미현미밥, 브로콜리 구운것, 엄마표 배추김치를 먹었다.

내 저녁 간식 : 건빵

남편이 먹고 남긴 건빵ㅎㅎ 밀가루 day 인 만큼 성실하게 밀가루를 먹어준다ㅎㅎ

오랜만에 elimination diet를 처음 시작했을때의 태오 피부 사진을 보게 됐다.

오늘 저녁에 찍은 태오 사진인데 오늘 약간 붉은 부분이 남아있는 것 같지만 전반적으로 좋다. 흰 얼룩? 같은 부분은 아토피가 생겨서 각질이 벗겨진 후 새살이 돋아서 색이 다른거다. 색이 같아지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단 아토피가 아주 많이 호전됐다.

아래 사진은 elimination diet 초기때의 사진... 지금 보면 아찔하다. 붉게 피부가 올라와서 피부가 벗겨진 모습... 밤마다 태오가 긁기도 했었고 목욕 후 로션을 바르면 따가워서 울기도 했다.


이때는 모유만 먹던 때인데, 내가 먹었던 음식들이 확실히 안좋은 영향을 끼쳤던게 분명하다.

elimination diet 를 하면서 알러지 유발 음식을 제한해보고, 또 되도록이면 집밥을 직접 해먹고 그게 안되면 첨가물 없는 것들로 먹는 것을 실천하면서 태오 피부가 정말 많이 좋아진거다. 피부만큼 큰 변화는 배변주기다. 피부가 안좋았을때는 5일에 한번 응가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하루에 2-3번 정도 한다! 장 상태와 피부 상태는 정말 직결되어 있는것 같다.

아래 사진은 남편이 태오랑 친정엄마한테 비디오콜을 하고 있는 모습ㅎㅎ

두남자의 뒷모습이 너무 귀엽다

밀가루 day 1을 무사히 보냈다. 일주일 동안 몸의 변화를 잘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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