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_나는 아직도 상을 차린다
(폭싹 속았수다) 애순이가 말했다.
"우리는 금명이는 상 차리는 거 말고, 상 막 엎고 살았으면 좋겠어."
그 말이 웃기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이 아렸다.
나도 그랬으니까.
속으로는 몇 번이고 상을 엎고 싶었는데,
막상 현실 앞에선
손이 먼저 나가 상을 차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예전엔 그런 내 모습이
그저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 ‘착한 딸’, ‘엄마라면 당연히’
그런 이름표들이
나를 잘 살아가게 만들어주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은 자꾸 마음속에서
다른 말이 고개를 든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
“넌 네 기분도 좀 물어봐.”
그럴 때마다 고개는 끄덕이지만,
몸은 여전히 예전 방식대로 움직인다.
말보다 빠르게 반찬 뚜껑을 열고,
먼저 일어나고, 먼저 움직인다.
그러고 나면 또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 이게 편하니까. 내가 해버리는 게 더 빨라.”
맞다. 익숙한 게 편하다.
내가 참는 게 덜 피곤한 걸 안다.
그런데…
그러다 내가 없어지는 건 아닐까?
아무도 뭐라 한 건 없는데
나는 자꾸만 내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
손은 여전히 상을 차리고 있지만
마음만큼은 천천히 나에게로 걸어 올 날을
조용히, 하나씩 꼽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