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나

#2_나는 아직도 상을 차린다

by 노마드마마

나를 자꾸 미련하다고 말하게 된다.
몰라서 그랬던 것도, 모르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안 하고 싶었다.
질문도, 저항도, 판단도.
그저 주어진 역할 안에서 ‘살아내기’에 집중했다.

17년을 그렇게 살았다.
딱히 시집살이가 심했던 것도 아니고,
누구를 원망할 일도 없었다.
다만 늘 빠듯했고, 마음은 늘 비워져 있었고,
한 가지 감정만 알고 살아가는 사람 같았다.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혼자가 되어 다시 삶을 꾸려가며 느낀 건
내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참아온 사람이었다는 거다.

놀랍게도 그게 낯설었다.
나는 늘 냉정하고 현실적인 사람인 줄 알았다.
나보다 가족이 먼저였고,
내 감정보다는 상황이 중요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안에는 묻어둔 다양한 감정들이 있었고,
말 대신 씹어 삼킨 말들이 더 많이 있었다.
상 엎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어김없이 나는 상을 다시 차렸다.
익숙한 루틴처럼. 자동 반사처럼.


이제는 안다.
그게 내 몸에 배인 생존 방식이었다는 걸.
‘참고 견디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믿게 만든 구조 속에서
나는 차마 나를 돌보지 못했다.

그리고 더 아이러니한 건
그게 편했다는 사실이다.


감정을 말하는 건 피곤했다.
나를 변명해야 하는 것도,
설명해야 하는 것도,
심지어 '지금 힘들다'고 말하는 것도.

그냥 조용히 참고,

그냥 알아서 하는 게 더 빨랐고
덜 상처받는 방식이었다.


알면서도 멈추지 못했다.
지금도 종종 그 패턴 속에 있다.
무언가 말하려다 삼키고,
내 감정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상 엎는 상상 대신 또 상을 차리고.


그래도 예전과 다른 건
이제는 그걸 알아차린다는 점.

멈추지 못하더라도,
다음엔 아주 잠깐이라도 멈춰볼 수 있다는 희망.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믿음.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지금의 연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