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가족이라는 틀

#3_나는 아직도 상을 차린다

by 노마드마마

나는 아직도 상을 차린다

가족이라는 단어는 오래도록 내 삶의 중심이었다.
결혼과 동시에 그 중심이 더 단단해졌다.

딱히 시집살이가 힘들었던 것도 아니고,
누가 나를 막대하게 대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나는

늘 가족을 위해 움직였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내 욕구를 미뤘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결혼생활은
사랑보다는 현실이 더 크게 자리했다.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들이 반복되었고,
나는 주부가장이 되었다.
아내이자 엄마였고,
그렇게 무대 뒤 조명 같은 사람이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내가 만든 가족이라는 틀이
어느 순간 나를 옥죄기 시작했다.
내가 만든 줄 알았는데,
어쩌면 그 틀 속에서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어떤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곤 한다.

‘내가 좋은 엄마였을까?’
‘내가 만든 이 가족은 제대로 기능했을까?’
‘내가 혼자된 지금, 이건 실패일까?’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생각을 바꾸고 있다.

가족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내가 ‘틀’을 만든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내려고 노력했던 사람이라는 것.


지금은 혼자지만
나는 여전히 누군가의 엄마이고,
누군가의 딸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다.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내가 잃어버린 ‘나’를
조금씩, 조심스럽게
되찾아가는 중이다.


그건 재건축이 아니라 복원도 아니고,
처음부터 다시 짓는 나만의 집 같은 것이다.


이제는
내가 만든 가족이라는 틀보다
내가 살아갈 삶의 방향이 더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