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비 같은 눈이 오는 날_ 친정엄마와 우산 쓰고 천 따라 시장을 가고 있었다.
좁은 물줄기를 따라 걷다가 건너편 시장으로 가기 위해 돌다리를 건너는데 돌다리 사이에 비둘기가 빠져있는 게 아닌가.
추운 날씨 차가운 물속에서 나오지 못하는 걸 보면 다친 게 분명했다.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비둘기를 잡아 근처 갈대밭에 내려놓았다.
”워이ㅡ워이ㅡ어서 가! “
가질 않는다.
일단 몸을 숨기고 있어.
고양이가 올 수도 있으니까.
장을 보고 바로 비둘기가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그대로다.
아무래도 다리와 날개를 다친 모양이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것 같아 딱했다.
시장에서 산 손두부를 떼어 던져줬다.
이거라도 먹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집 와서도 마음이 쓰였다.
지금도 이 그림을 보면 생각이 난다.
그러고 보면 나는 어린 시절 동네 골목에
죽어있는 쥐를 보면 쥐꼬리를 잡아 구석에 놓았다.
죽어 있는 모습이 방치되어 있는 걸 지나칠 수 없었다.
지금도 여름철 비가 내리는 날, 땅 위로 올라와 길가에
꼬물꼬물 움직이는 지렁이들을 보면 밟혀 죽을 것 같아
나뭇가지로 살살 들어 나무 그늘에 내려놓는다.
지렁이는 비 오는 날 빗물이 흙 사이에 있는 구멍을 다 막으면 질식하게 돼서 본능적으로 밖으로 나온다고 한다.
살려고 나왔는데 또 죽을 위기에 놓이다니…
이 세상 모든 지렁이를 구하겠다 는 아니다.
적어도 내가 가는 길 위에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짓이겨 밟고 싶지 않다. 소중하게 대하고 싶은 마음.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