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플 Aug 19. 2024

다시 일상으로

 



남편이 다니는 회사에서 제품 포장업무에 일손이 필요한데 한번 해볼래? 하기에

 아이들 학원비나 벌어볼까 하는 마음에 며칠 가서 일을 했다.

머리에는 위생모를 쓰고 마스크를 쓴다. 종일 서서 손을 바삐 움직인다.

남편이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했지만, 맞은편 여사님의 손이 재빠르다.

나도 덩달아 손이 빨라졌다.

“어디서 해봤어? 잘하네! 학생이야?”

“처음이에요. 아이 둘 있어요^^”

“어머, 학생인 줄 알았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평소 춤도 추지 않는 나도 춤추게 한다.

그렇게 나는 첫날부터 에이스가 되었다.


‘여기서 일이나 할까. 하루빨리 돈이나 벌까. 어차피 벌어야 하는데.’


‘아니야. 나는 어디서 일하든 잘했었고 잘할 수 있어. 하던 거, 준비하던 거 해야 해.’


마음속에서 잠시 회오리가 쳤다.


첫날 무리했던 탓이었을까. 마지막엔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나의 영혼이 나를 두고 지루하다며 마실 간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무리하지 말라고 했잖아. 내일부터 나오지 마.”

이마에 선명하게 남은 위생모 고무줄 자국이 나를 더 짠해 보이게 했다.

“당분간은 해야지. 괜찮아”


이 일로 내가 하던 것들이 셧다운 됐다.

알바를 하고 집에 와서 그림, 글쓰기를 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오산이었다.

퇴근하고 오자마자 남편과 저녁하고 치우고  정리하면 시간도 체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몸은 힘들었지만 좋은 점이 있다면

이 일로 삶이 단순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 머릿속엔 집들이 많이 지어져 있는데,

평소에 이런저런 삶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많다.

생각들은 생각보다 나를 피로하게 만든다.


이제 알바는 끝났다.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서 하던 걸 마저 한다.

그리고 남편에게 말했다.


“혹시 일손 필요하면 또 불러줘~”













작가의 이전글 오늘은 서랍 속에 넣어놓지 않을 거예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