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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플 Aug 26. 2024

나무를 닮고 싶다.



나는 나무가 좋다.

나무는 다른 생물을 잡아먹지 않고 스스로 양분을 섭취하고 자라난다. 오롯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따스한 햇빛과 불어오는 바람, 땅의 양분으로 천년 이상을 살아가며 시시각각 변해가는 주변의 한가운데에서 모든 걸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흔들리지 않으려 몸에 힘을 잔뜩 주지 않는다. 종종 강한 바람이 부는 날에 창밖의 풍경에는 부러질 듯 흔들리는 나무가 위태로워 보여도 바람이 멎으면 금세 원래의 자리를 찾는다. 나도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담이 올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나도 나무처럼 불어오는 바람 따라 흔들리다가도 다시 제자리에 올 수 있는 유연함을 갖고 싶다.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필요한 동물들에게 나눠주고, 아리듯 차가운 추운 겨울이 와서 모든 잎을 떨구고 앙상한 나뭇가지가 죽은 듯 보여도 말없이 그저 묵묵하게 견디며 생장할 준비를 한다.

그러다가 따뜻한 봄의 햇살을 받으면 그간 웅크렸던 것들이 폭죽 터지듯 움트겠지. 그렇게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가진 걸 나누며 단단하게, 유연하게 성장하고 싶다.


그런 나무를_ 나는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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