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무가 좋다.
나무는 다른 생물을 잡아먹지 않고 스스로 양분을 섭취하고 자라난다. 오롯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따스한 햇빛과 불어오는 바람, 땅의 양분으로 천년 이상을 살아가며 시시각각 변해가는 주변의 한가운데에서 모든 걸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흔들리지 않으려 몸에 힘을 잔뜩 주지 않는다. 종종 강한 바람이 부는 날에 창밖의 풍경에는 부러질 듯 흔들리는 나무가 위태로워 보여도 바람이 멎으면 금세 원래의 자리를 찾는다. 나도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담이 올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나도 나무처럼 불어오는 바람 따라 흔들리다가도 다시 제자리에 올 수 있는 유연함을 갖고 싶다.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필요한 동물들에게 나눠주고, 아리듯 차가운 추운 겨울이 와서 모든 잎을 떨구고 앙상한 나뭇가지가 죽은 듯 보여도 말없이 그저 묵묵하게 견디며 생장할 준비를 한다.
그러다가 따뜻한 봄의 햇살을 받으면 그간 웅크렸던 것들이 폭죽 터지듯 움트겠지. 그렇게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가진 걸 나누며 단단하게, 유연하게 성장하고 싶다.
그런 나무를_ 나는 닮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