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사소함에 뭉클
나에게 그림은 속삭임이다.
하얀 스케치북 위에 펜을 얹기 전, 나는 조용히 나 자신에게 묻는다.
오늘,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풍경을 따라 그릴 것인지,
아니면 나만의 이야기, 나만의 감정을 담아낼 것인지.
세상의 많은 것들을 알고자 했지만,
정작 나는 나를 잘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나에게 속삭인다.
진짜 너는 어떤 걸 그리고 싶니?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은
내 삶이 투영된 이야기였으면 한다.
어릴 적 친구들과 뛰놀던 풍경,
앞으로 살아가고 싶은 삶의 방향이 담긴 장면.
그 모든 장면이 하나씩 내 안에 살아 있다.
그래서 그림은 나에게 속삭임이다.
묻고, 또 물으며
밑그림을 그리고
천천히 색을 입힌다.
그렇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림이 완성된다.
온전히 나를 담은, 나에게만 들려주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