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임당검사내용에 대해 글을 쓰게 될 줄은, 그것도 당첨후기를 쓰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혼돈의 바다에서 허우적허우적 대다가 겨우 건져 올려진 지금은 임당 당첨 일주일차. 아직도 오, 하늘이시여! 를 가끔 소리 내어 보지만 차분히 글을 써 내려가보려고 한다.
임신하고 24~28주 정도 되면 임신성 당뇨 (일명 '임당') 검사를 하게 된다. 임신하면 태반에서 여러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 호르몬들이 인슐린의 효과를 방해해서 혈당이 잘 안 내려가게 된다. 보통 사람의 경우 태아 포함 1.5~2인분 정도의 인슐린이 분비되도록 임신 기간 내에 췌장이 더 풀 파워 가동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췌장이 임신 전처럼 딱 1인분 일만 하기 때문에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아빠가 당뇨가 있어서 이미 췌장이 약한 가족력은 가지고 있었고, 임신성 당뇨에 대해 워낙 들어온 게 많아서 검사 일주일 전부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더군다나 한 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제대로 된 요리를 시작했고 하루 종일 뭐 먹지, 고민하는 게 인생의 낙일만큼 먹는 것이 중요한 나에게 식단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임당은 그냥 공포 그 자체였다. 아기고 뭐고 생각할 겨를 없이 그냥 나 어떡해... 상태.
임신성 당뇨 검사하기 일주일 전부터 악몽을 꿨다. 꿈에서도 산부인과 가서 채혈하고 시달리다 보니 결국 밤에 잠도 잘 못 자고 재검사 당첨. 지금도 스트레스 때문에 더 혈당이 튀어 오르지 않았나 하고 생각은 한다. 재검사를 앞두고는 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서 아예 밤을 새우다시피 하고 병원을 방문했다. 결과는 임당 당첨!
그냥 마냥 억울했다. 억울하고 분해서 죽을 것 같았다. 평소에 달달한 디저트나 음료를 즐기지도 않는 편이고, 비만 산모도 아니고 운동도 꾸준히 하는 편인데 이 어마무시한 임신 호르몬과 유전이라는 체질에 내 생활습관은 하나도 반영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남편 붙잡고 엉엉 울다가, 임신하지 않았으면 이런 몹쓸 병도 안 걸렸을 텐데 하면서 임신한 게 축복이 아니라 갑자기 저주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좌절해서 무너져 내린 지 며칠쯤 지나고 스트레스가 혈당을 더 올린다길래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당 카페에 가입을 했다. 생각보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임당생활을 슬기롭게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그래, 나는 엄마다! 나만 믿고 버티고 있을 아기를 생각하니 나도 힘을 내야 했다. 임당 카페에서는 출산을 '인질 구출'이라는 귀여운 말로 부른다. 혈당 관리가 안되면 태아도 위험해지기 때문에.
누군가는 임당을 아기의 선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아직 와닿지는 않는 말이다...) 실제로 임당 산모들은 건강 관리를 누구보다 열심히 해서 출산까지 살도 많이 안 찌고 붓기도 거의 없고 순산하는 경우가 많다고. 그리고 임당 관리를 하다 보면 우리가 무심코 먹는 음식과 간식이 얼마나 혈당 스파이크를 올리는 지도 알 수 있고 나중에 유아식을 만들 때 우리 아이들에게도 건강한 음식과 간식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한다.
임당 산모는 남들보다 췌장의 약함이 임신으로 인해 자연스레 드러난 것이므로 출산 후에도 살면서 관리를 제대로 안 하면 일반 당뇨가 올 확률이 높다. 아기만 낳으면 끝~!이라는 말이 아니라 힘이 축 빠지기도 하는 말이다. 하지만 어차피 100세 시대에 운동 및 건강관리는 건강히 오래 살기 위해 필수조건이 된 지금, 나는 남들보다 더 미리 한다고 생각하며 정신승리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