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나이가 아직 많지 않아서 부고 연락을 받을 일이 거의 없지만 이렇게 아주 가끔 받게 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당연히 가야지!라고 생각하며 주소를 검색하고 시간을 가늠해 봤다. 장례식장까지 가는데 왕복 7시간 거리. 지금 임신 중이 아니었다면, 장례식장이 서울이었다면, 전혀 고민거리가 되지 않는 거리지만 남편도 없이 평일에 혼자 다녀오려니 걱정부터 앞선다. 더군다나 근종 때문에 주기적으로 오는 배뭉침과 자궁 수축끼가 있는데 혼자 이렇게 장거리를 이동하는 게 괜찮을까, 하고 두려워졌다.
나도 어쩔 수 없이 내 몸과 내 뱃속 새끼가 더 중요한 엄마였나 보다. 고민에 고민을 하다 결국 못 갈 것 같다고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친구는 당연히 이해한다며 괜찮다고 했다. 이런 일을 겪었을 때 친구가 임신 중이면 너도 당연히 오지 말라고 말할 거 아니냐고. 정말 반대로 생각해 보니 나라도 임신한 친구에게 무리해서 오지 말라고 할 것 같았다. 그래도 마음이 여전히 좋지 않았다. 동창친구들은 내 사정을 다 알고 있으니 임산부는 원래 장례식장 가는 거 아니다,라는 미신도 있다고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근데 이건 또 무슨 미신이지? 찾아보니까 예전에 장례를 치를 때 장례가 끝날 때까지 시신을 병풍 뒤에 그냥 보관해두었다고 한다. 그러면 시신이 부패하면서 나오는 균 같은 게 임산부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고 장례식장 자체가 불특정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전염성 질병도 쉽게 옮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미신이 생겨났다고 추측한다고 한다. 그 외에도 행복하고 좋은 것만 보아야 할 임산부가 슬픔과 곡의 현장에 가는 게 좋지 않다는 의견, 실제로 장례식장을 다녀오고 유산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까지.
애초에 미신을 믿는 성격이 아니어서 나에겐 그냥 조금 찜찜한 정도의 이야기들이긴 하다. 가장 슬픈 건 역시 친구가 슬플 때 바로 옆에서 위로해 줄 수 없다는 현재 내 특수성이다. 장례가 끝나고 친구가 우연히 내가 사는 지역 근처에 올 일이 있어서 같이 만나서 밥을 먹으며 위로해 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번일을 겪으면서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임신기간에 나처럼 이슈가 있거나 출산 직후 정도의 기간에 또 경사나 조사가 발생한다면 절대 못 가겠구나. 이건 정말 불가항력인 거구나.
임신출산 기간 끝날 때까지는 또 다른 비보가 들리지 않길 바라며 기도하는데 또 다른 친구 한 명에게 연락 왔다. 1월 말로 날 잡았다고.
"어머, 너무너무 축하해...!! 근데 잠깐만, 나 예정일이 1월 2일이네?"
병원과 조리원을 막 퇴소하자마자 결혼식을 참석하긴 절대 무리다. 안돼, 나 너무 가고 싶단 말이야~!! 이렇게 또 몇 안 되는 친구의 결혼식을 갈 수 없게 되었다. 하하하... 그렇다고 친구의 소중한 결혼일정을 당연히 나한테 맞출 수는 없는 일이고, 그냥 아쉬움만 벌써 한가득인 상태다. 하지만 이내 결국, 내 친구나 지인의 모든 순간에 항상 함께할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아쉬움이 남지만, 지금은 내 안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 가장 큰 책임이자 축복이라는 걸로 스스로 다독여보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