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고 뜨끈하고 뭉근한 오징어뭇국이 당겼다. 한 그릇 밥에 말아 후루룩 먹다가 오징어가 임산부한테 어떻게 영양학적으로 좋나? 하고 찾아보다가 '임산부는 오징어 먹으면 안 된다.'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이게 무슨 소린고 싶어 봤더니 임산부가 오징어나 문어같이 다리가 많은 음식을 먹으면 손이나 발이 많은 아기가 태어날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소리였다. 딱히 이런 걸 믿는 편이 아닌데도 잠깐 괜히 기분이 찝찝해졌다. 이미 임산부라서 하지 말라는 게 오천 개가 넘는 것 같은데 오징어도 먹지 말라니. 이 역시 수많은 임신 관련 미신 중 하나였다. 또 어떤 미신들이 존재하는 걸까?
우선 가장 귀여운 미신 중 한 개는 '임신사실을 알기 전 한 행동들은 아기가 용서해 준다.'라는 것이다. 보통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 많이 놀라는데 술에 얼큰하게 취했던 다음 날 임신테스트기 두 줄을 보고 나서 어떡해요! 저 어제 술 많이 마셨는데!!라고 절규한다거나, 감기 기운이 떨어지지 않아서 감기약을 왕창 털어먹었는데 임신이라던가, 같은 우려와 걱정들은 아기가 용서해 준다는 것이다 하하. 근데 이건 사실 미신이라기보다는 의학적으로도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다. 실제로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게 4-5주 차 정도인데, 그때 되면 아직 아기집 정도만 생성된 상태라 몸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
또 재밌는 미신들은 음식 관련된 미신이 많은데, 하나는 짜장이나 초콜릿우유 같은 짙은색 음식을 자주 먹으면 아기 피부가 까맣게 태어나고, 떡볶이, 마라탕 등 빨갛고 매운 음식을 많이 먹으면 아기 피부가 붉은 기로 태어난다는 것. 희한하게 짜장면이 당겨 이미 임신 중 소울푸드는 짜장면, 짜파게티가 되었는데 이건 또 무슨 재미난 소리인가. 차라리 몸에 그다지 좋지 않아서 이런 음식들을 먹지 말라고 했으면 수긍했을 터. 닭발을 먹으면 아기 손이 닭발처럼 붙어서 나온다는 말도 있다. 매콤한 닭발을 먹으며 겨우 입덧을 달래고 있는 임산부들이 들으면 기겁할만한 내용들이긴 하다.
임신을 너무나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기용품을 미리 가지고 있으면 임신이 잘 되지 않는다는 미신이 있는 반면, 아기신발을 침대 맡에 두고 자면 아기가 찾아온다는 정 반대되는 미신도 있다. 그리고 전자파를 많이 쐘수록(?) 딸을 임신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 그래서 아빠가 컴퓨터 만지는 직업이 딸들이 많다는데, 우리 부부는 둘 다 IT 쪽 종사자인데도 아들입니다, 허허. 그리고 남편이 평소에 야근 많이 해서 피곤한 상태면 딸 임신이 된다던가, (우리 남편은 덜 피곤했나?) 또 제주도에 있는 돌하르방 코를 만지고 오면 아들을 꼭 임신한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제주도 매년 가지만 돌하르방 구경도 못했다.)
삼신할매 마음 맞추기 정말 어렵다. 이쯤 되면 아~ 그래서 정녕 저에게 뭘 어쩌란 말인가요?라는 말이 나오기 십상. 결론적으로 미신 상관없이 뭐든 그냥 잘 챙겨 먹고 잘 자고 잘 지내는 게 최고인 것 같다. 모든 임신 관련 미신도 어쨌든 건강한 아기를 임신, 출산하기 위해서 먹는 것 하나, 행동하는 것 하나도 다 조심해서 하라는 맥락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다. 나는 요즘 통통한 게살이 당겨서 대게도 먹으러 가고 꽃게 된장국도 자주 해 먹는데 임신 중 게를 많이 먹으면 애기가 태어나서 사람을 많이 문다고 한다. (좀비세요?) 이건, 뭐 태어나봐야 아니까 그때 진실여부에 대해서 글을 한번 써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