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자연분만 할 수 있다 고요...?

by 디어살랑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고민이 될지도 모르는 임산부들의 일생일대의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출산방법이다. 자연분만이냐, 제왕절개냐를 두고 처음부터 확고하게 정했다고 하더라도 임신 주수가 올라가고 주위의 여러 후기들을 접하게 되면서 갈팡질팡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임신 초기부터 근종이 아기가 나와야 하는 자궁경부 쪽에 자리 잡고 있었고 이대로 막달이 된다면 제왕절개술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지금까지 들어왔었다. 그래서 30주가 되도록 당연히 제왕절개로만 생각하고 있어서 딱히 고민되는 부분도 없었다.


그런데 최근 진료에서 근종이 위치를 옮겨서 현재 상태론 자연분만도 가능할 것 같다는 주치의 소견을 들었다. 갑자기 마음속에 무거운 돌덩이가 내려앉은 듯 고민이 시작되었다. 선택지가 있다는 게 이리도 고통스러울 줄이야. 차라리 자연분만하세요! 제왕절개하세요! 하고 누가 출산방법을 정해줬으면 좋겠다. 능동적인 사람의 끝판왕이면서 임신, 출산에 있어서는 왜 이리 수동적이고 싶을까.


우선 자연분만의 장점은 이름 그대로 인류가 몇천 년 동안 지속해 온 자연스러운 분만방법이라는 것이다.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올 때가 되면 아기몸이 자연스레 자궁하부로 내려오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양수가 터지며 더 이상 아기가 자궁 안에서 생활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서 짧게는 하루 안에 길게는 며칠 안에 분만을 하게 되는 것이다. 회음부를 절개하긴 하지만 제왕절개처럼 장기를 가르며 복부를 절개해야 되는 게 아니라서 회복이 비교적 빠른 편이다.


자연분만의 단점은 죽을힘 다해 뼈를 벌려서 낳기 때문에 추후 산후풍이나 요실금, 치질 등 아랫도리(?)의 후유증이 상대적으로 크고, 어마어마한 진통을 견디면서 디스크가 터지거나 어금니가 깨지거나 하는 극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진통을 다 겪고 나서 마지막쯤 아기가 응급상황이 되면 응급 제왕절개술로 넘어가야 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제왕절개의 장점은 모든 게 확실하다는 것. 자연분만을 기다리며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는 것. 수술일정을 잡고 우아하게 병원으로 내 발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것. 뼈가 벌어지거나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산후풍 같은 게 비교적 적다는 점이 장점이다.


제왕절개의 단점은 개복수술이다 보니 장기유착의 가능성, 기다란 흉터가 길게는 몇 개월 이상 간지럽다는 점, 자연분만에 비해 다양한 마취제와 진통제 등 약물이란 약물은 몸에 다 때려 부어야 하는 점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수술통증이 자연분만 통증보다 훨씬 아프다는 사람도 많다.


계획적인 편인 파워 J인간으로서 모든 게 불확실한 자연분만보다는 제왕절개술로 현재는 마음이 기울었지만 매일매일 달라지는 생각들을 보자 하니 앞으로 내 마음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요즘 다 이루어질지니 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에게 나타난다면 무슨 소원을 빌까? 하고 혼자 시뮬레이션하곤 했는데 드디어 한 가지를 소원으로 빌고 싶은 게 생겼다.


"내가 원할 때 눈 뜨면 조리원에 들어와 있게 해 주세요, 제발요!"


근데 지니가 이어서 말한다, "죽은 자는 못 살려~ 미래로는 못 가~"


하 참.. 요정도 못 이루는 소원이라니. 결국 이번생에서 출산이란 내가 겪어야 끝나는 고통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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