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30년 경력의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 ‘프랭크 브루니’가 뇌졸증으로 인해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고 흐릿한 어둠 속에서 인생의 빛을 발견 하는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책 읽어 가며 작가의 주변인물들의 상실을 마주함 속에서도 기쁨을 찾는 이야기로 채워 보고자 한다.
“어느 누구도 상처받지 않은 채 오늘을 살아낼 수는 없다.”
삶의 시련은 늘 불시에 찾아온다. 그에게도 어느 날 밤, 예고 없이 뇌졸중이 닥쳐왔다. 그 일로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었지만, 그는 어둠 속에서 오히려 인생의 빛을 찾아 나선다.
책장을 넘길수록, 작가가 만난 이들의 상실과 그것을 이겨내는 이야기가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들은 아픔 속에서도 기쁨을, 상처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사람들이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햇살처럼 맑은 친구, ‘도리’였다.
서른여섯의 나이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그녀는 절망 대신 용기를 택했다. 병을 비극으로 여기지 않고 “삶이 나에게 어떤 패를 내밀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오늘을 여행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여전히 세상을 구경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프랭크 브루니는 깨닫는다.
소설가 E. L. 닥터로가 말했듯, “소설을 쓴다는 것은 밤길을 운전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만큼만 볼 수 있지만, 그래도 끝까지 갈 수 있다.”
삶 또한 그렇다. 모든 길이 다 보여야만 가는 것은 아니다.
그가 말하는 ‘광고판 이론’도 인상 깊었다.
만약 우리가 겪은 고통과 절망이 광고판처럼 목에 걸려 있다면 어떨까.
“실패한 결혼, 충실하지 않았던 전 남편, 자폐증 아들, 잃어버린 가족…”
이런 사연을 알고 나면, 누군가의 무례나 짜증도 이해하게 된다.
사람의 상처를 모른 채 판단하는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책에는 수많은 ‘광고판’을 단 사람들이 등장한다.
자전거 사고로 얼굴이 망가졌지만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는 남성,
비행기 사고로 아들을 잃고도 활기를 잃지 않은 작가,
끊이지 않는 두통과 이명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유명인까지.
그들의 고통을 읽으며,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혹시 나도 누군가의 상처를 모른 채 쉽게 말하고 있지 않았을까.
책 속의 인물 ‘매리언 셰퍼드’는 실명 위기 속에서도 춤을 선택했다.
그녀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댄스 강사로, 어둠 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자유를 선물한다.
또 다른 인물 ‘미구엘 네리’는 시력과 청력을 잃었지만 여전히 배우고, 여행하고, 음악을 즐긴다.
그는 말한다.
“ 참 좋은 삶을 살았어! 나는 이 몸을 닳도록 다 썼다. 본전은 뽑았다구”
그 한마디에 눈가가 촉촉해 졌다.
책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나는 생각했다.
‘나의 광고판에는 무엇이 쓰여 있을까?’
작가 프랭크 브루니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내면에 자리한 건설적인 충동과 파괴적인 충동의 혼합물, 경쾌한 결단과 묵직한 슬픔의 혼합물을 체로 거르는 방법, 어느 것이 우선할지 예측도 통제도 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삶은 언제나 빛과 어둠이 함께하는 무대다.
상실이 주는 아픔 속에서도 누군가는 여전히 춤을 추고, 노래하고, 글을 쓴다.
그것이 바로, 상실의 기쁨이다.
상실의 아픔을 기쁨으로 삶을 살다간 이야기 속에 주인공들을 만나며
이 책이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한참을 책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상실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을 이 책이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오늘도 지쳐있는 누군가에게 조용히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