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팟럭 파티 현장 스케치
항복하자
불과 구름을 바라보고 내면의 목소리가 말하기 시작하자마자, 그들에게 항복하자.
음악이 이어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일상에서의 식사, 휴식, 그리고 영어 공부는 단순한 행위를 넘어 수많은 경험 가지처럼 뻗어나갔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떡을 나누고 마시는 시간은 언어의 장벽이 있었음에도 따뜻한 인연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홈스테이 맘을 만나고, 상황이 허락되어 이 그림 같은 집으로 이사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이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닌 듯 깊은 무언가의 연속체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미 정해져 있는 듯한 시기와 풍성한 나눔, 부족함에서 비롯된 성취, 완벽하지 않음에서 얻은 나의 모든 경험들이 함께 공존하며, 이 자리에 이르렀다. 실수와 실패와 노력과 최선이 함께 하는 이 모든 것은 나의 성장과 더불어 의미 있는 여정임을 생각하며, 그 모든 것에 음악이 함께 해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팟럭파티를 한껏 즐기고 불꽃놀이에 심취한 후, 아직도 무엇인가 더 필요했단 말이다. 그것은 바로 음악이었다.
함께 음악을 만드는 것은 두 사람이 친구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Making music together is the best way for two people become friends.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
황금빛 광채의 물방울을 따라서.
"하지만 지금은 귀를 음악으로 가득 채우고 잠자리에 들도록 하게.
자기 전에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고
귀를 음악으로 가득 채우는 것은
자네에게 그 어떤 수면제보다 나을 거야."
그는 자리에 앉아 주의 깊게 아주 나직한 소리로
퍼셀의 소나타 제1악장을 연주했다.
야코부스 신부가 좋아하던 곡이었다.
그 음향은 황금빛 광채의 물방울처럼
정적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너무나 나지막했기 때문에
사이사이에 안뜰에 흐르는
오래된 샘물의 노랫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그 사랑스러운 음악 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엄격하게,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감미롭게 서로 마주치고 얽히며
시간과 무상의 허무 속으로 씩씩하고 명랑하게
내면에서 우러나는 윤무를 계속했다.
그러고는 음악이 이어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공간과 밤의 시간이 넓어지며
우주만큼 부풀어 올랐다.
요제프 크네히트가 손님과 작별할 때,
손님은 그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밝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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