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크로드 Feb 29. 2024

수중 세계에서 그루브 부터 고단수까지

그리고 살벌한 아름다움

아쿠아리움에서 놀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 이 살아 움직이는 수중 생물들을 만나려고 저 먼 곳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 것처럼, 나는 덴버 다운타운에 있는 아쿠아리움을 찾아갔다. 모두 순간적으로 만나며 스쳐 지나갔지만 이미지가 저장되어 있으니 나는 또 스토리를 풀어헤치고 있다.






Jellyfish: 렌토보다 느리게

가장 먼저 해파리를 관찰했다. 6억 년 전부터 바다를 헤엄치며 살아온 이 오래된 생물은 투명한 몸체와 우아한 움직임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는 그 투명함부터, 조명, 그리고 움직임을 순차적으로 보았다. 항상 아름다운 외모로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해파리는 그저 본능적으로 헤엄치며 살아가고 있는 듯했다. 움츠렸다 폈다 하는 반복되는 동작을 할 때마다 그들의 움직임에 내 시선을 고정시켰다. 나는 이 생명체를 너무나 좋아하노라며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흐느적 흐느적 흐느적 일까? 감각적인 그루브일까? 한참을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숨을 죽이며 렌토보다 느리게 움직임을 타보았다. 해저 세계와 하나 되어 상상 속 해파리의 움직임에 따라 흐느적거리다가 결국은 다시 큰 심호흡을 해보았다. 가끔씩 독침을 한 번씩 쏴준다는 해파리는 그럴 수밖에 없단다. 그들의 자유로운 움직임과 유혹에 현혹되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나도 모르게 더 가까이하고 싶은 그런 파리 해파리. 흐느적 흐느적 그렇게 리듬을 타며 해마를 만나러 갔다.








Seahorse, Starfish and so on
고독한 꿈, 수중의 빛과 그림자
녹말 이쑤시개 같은 풀
살벌한 아름다움

해마는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직각의 목과 날카로운 가시, 긴 주둥이, 그리고 까다로운 듯한(?) 평화로운 듯한(?) 꿈을 꾸는 듯한(?) 표정 아닌 표정을 보여주며 말이다. 나는 붕 떠 있는 해마를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았다. 그의 수중 세계는 가히 맑고 고독하며 신비로웠다. 해마는 물속에서 굴절된 빛과 그림자, 그리고 흐느적거리는 녹말 이쑤시개 같은 풀에 희미하게 둘러싸여 있었다. 해마는 그야말로 누군가의 손에 의해 잘 조절된 조명을 받고 있는 주연감이었다. 나는 곧이어 우르티시나 피시 보라 (물고기를 먹는 말미잘)를 만났고

붉은 성게 둥근 성게를 만났다. 불가사리는 그저 침묵 속에서 저승세계의 보물을 지키고 있는 듯 보였다. 너무 이쁜데 살벌해 보이는 생물이다. 그럼에도 주변의 물고기, 산호초, 해조류와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듯했다. 고단수.  











Sea Apple
격렬한 자연 현상 속에서

바다사과는 사실 꽤나 주목받고 있었다. 차분한 듯 격렬한 자연 현상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듯했다. 그 모습 속에서 또 한편으로는 적극적인 에너지를 느꼈다. 물결의 힘을 매우 거세지만 자신의 움직임과 형태를 유지하려 소리 없이 애쓰고 있었다. 이미 기울어진 형태, 취약해 보이는 몸체 뒤에 강인함을 가진 바다사과. 그 와중에 색채는 기가 막힐 정도로 아름다우며 풍요로운 열매를 품고 있을 듯한 바다사과.





Blue Tang, Lion Fish and so on
살짝 억울해
그리고 영롱한 푸른빛

억울한 붕어와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듯한 이름 모를 보랏빛 물고기와 남양쥐돔, 라이언피시를 만났다. 무엇보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서 도리의 모체가 된 남양쥐돔은 참으로 고운 빛깔을 띠고 있었다. 몸은 영롱한 푸른빛이오, 꼬리지느러미는 화사한 노란빛이오. 일정 시간에 잠이 들어버리는 잠보인 데다가 엉뚱함, 온순함, 소심함을 가진 특수한 생명체라고 한다.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듯한 모습, 위로 향한 꼬리, 입이 벌린 채 잠드는 등 이 녀석의 매력은 끝이 없다고 한다. 그다음 차례로 만난 인간들에 둘러싸여 있던 앵무새는 관심받는 것을 좋아했다. 지능이 높고 인간과 소통이 가능한 동물답게 대부분의 시간은 인간과 가까이 있었다. 새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가까이 가서 한국어로 소통해보고 싶었지만 옆라인 사진만 촬영하고 재빠르게 떠났다.










작가의 이전글 Soul Bookstore 설렘 가득한 헤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