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ulp wanted music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크눌프를 만나러 갈 시간이다.
It's too early to sleep
저녁 늦게 우리는 덤불숲의 어두운 가장자리에 마주 앉아 각자 커다란 빵 한 덩어리와 쉬첸 소시지 반 개씩을 들고 먹으면서 밤이 깊어가는 모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낮은 언덕들은 석양을 받아 노랗게 빛나며, 솜털처럼 부드럽고 밝은 광선 속에 아련하게 녹아있는 듯하더니, 이제는 벌써 시커멓고 뚜렷한 자태로 나무들과 산등성이와 덤불 숲을 하늘 위에 까맣게 그려놓고 있었다. 하늘엔 대낮의 푸른빛이 여전히 옅게 남아 있기는 했지만 이미 검푸른 빛이 훨씬 더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Late in the afternoon we sat facing each other at the dark edge of a copse, each with a big chunk of bread and half a hard sausage, eating and watching the night fall. Only a short time before, the hills had been bright with the yellow glow of the evening sky, bathed in a fluffy luminous haze; now they were dark and sharply outlined, painting their trees, bushes, and meadows on the sky, which still had a little light blue in it but much more of the dark blue of the night.
아직 빛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우리는 작은 책에 실린 재미난 이야기들을 소리 내어 읽었다. 책 제목은 <독일 손풍금 천사의 노래>였는데 미숙하고 우스꽝스러운 삼류시들이 작은 목판화들과 함께 실려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태양 빛이 사라지면서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While there was light enough, we had read nonsense to each other out of Strains from the German Hurdygurdy, a little book of idiotic songs illustrated with small woodcuts. That had ended with the daylight.
식사를 마치고 나자 크눌프가 음악이 듣고 싶다고 했다. 나는 주머니에서 빵 부스러기가 잔뜩 낀 하모니카를 끄집어내어 깨끗이 턴 후, 자주 불려지는 노래 몇 곡을 연주했다.
When we had done eating, Knulp wanted music. I pulled my harmonica from my pocket, which was full of crumbs, wiped it, and played our usual half-dozen tunes.
우리는 이미 한참을 어둠 속에 앉아 있었는데, 이제 어둠은 우리 눈앞에서 멀리 다양한 모양의 능선을 이루고 있는 대지 위로 펼쳐져 갔고, 하늘에서도 창백한 빛이 사라지고 점점 어두워지면서 별들이 하나씩 둘씩 천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The darkness had spread far over the rolling countryside, the sky had lost its pale glow and in growing darker had shot forth one star after another.
우리의 하모니카 소리는 경쾌하고 가냘프게 들판을 향해 달려가다가 금세 드넓은 허공 속으로 흩어져 버렸다.
The light, thin notes of the harmonica flew over the fields and lost themselves in the distance.
크눌프 Knulp p.73 (by 헤르만 헤세)
Music Festival
덴버의 야외 콘서트, 그날은 뜨거운 여름 햇살부터 구름 속 마법까지, 모든 게 눈이 부신 하루였다.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처럼 모든 것이 허락된 듯한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마치 자유이용권 같은 티켓을 손목에 두르고 음악과 풍경의 에너지에 빠져들었다. 음악도 스포츠 활동도 모두 누릴 수 있는 제한 없는 공간과 시간이 주어졌고, 모든 것은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이 콘서트는 크리스천 음악 페스티벌이었으며 광대한 이 땅에 웅장한 찬양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하늘은 그 자체로 완벽한 콘서트홀이 되어, 구름과 바람, 태양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오케스트라가 음악과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하늘 돔>처럼 말이다. 모든 에너지는 음악의 박자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흐르고 있었다. 서로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듯, 그 안에서 연속적인 리듬이 완성되고 있었다. 또한 내 눈에는 그 모습이 마치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화음처럼 조화롭고 향기로운 듯했다. 사람들의 단단하고 안정된 발걸음은 묵직한 베이스 라인이 되고, 아이들의 환호성과 자유로운 움직임은 현란한 건반 연주처럼 생동감 있게 눈앞에 펼쳐졌다. 그날의 축제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음악이었던 것이다.
어둠이 천천히 내려앉았고, 무대 위에 조명이 하나씩 켜졌다. 잔잔한 음악이 시작되었고, 그 선율 속에서 여름날의 열기가 차분히 가라앉는 듯했다. 빠른 리듬의 곡들은 가사가 잘 들리지 않았지만, 느린 곡들의 가사는 맑게 내 귓가에 울렸다. 그 가사들은 단순한 단어의 나열이 아니었다. 평소에 내가 잘 사용하는 단어들이 아님에도 Spiritually 통한다는 것을 느꼈다.
단순한 단어의 나열이라고 볼 수 없는 가사.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게 하는 코드 진행.
다시금 정열 하는 베이스 라인.
강하게 노크하는 드럼 리듬까지.
새로운 영감을 주었던 것이다. 세상은 넓어 보였으나 내 마음은 한없이 좁아져 있었는데, 저 불타는 하늘의 빛 아래에서,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음악과 아가를 바라보며, 다시금 영혼이 춤춘 날이었다. 이런 축제 속에서 벌써 잠을 잘 수는 없는 거잖아. 그런데 아가는 그게 가능한 것이었다. 엄마의 뱃속에서처럼 편안함을 느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