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영 Nov 17. 2024

색면으로 건네는 대화와 어울림

'Correspondence: Lee Ufan and Mark Rothk

프리즈 서울 2024 기간 동안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개최된 이우환과 마크 로스코의 2인전 'Correspondence(조응): Lee Ufan and Mark Rothko'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전시는 그간 국내에서 쉽게 만나보기 어려웠던 마크 로스코의 1950-1960년대 주요 회화 작품을 이우환의 ‘Dialogue’, ‘Response’ 시리즈와 한 공간에서 음미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다. 특히, 이우환이 직접 큐레이팅에 참여해 마크 로스코 유족과 협력하에 전시될 작품을 선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로스코의 회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닌 구체적인 사물로 이해된다. 마찬가지로, 물체 그 자체에 대한 탐구에 집중하는 모노하 개념을 확립한 이우환에게 회화는 ‘예술가의 신체와 캔버스 사이 물리적 만남을 알려주는 지표’였다. 색과 면을 통해 관객에게 말을 건네는 두 거장의 작품은 동서양과 세대, 문화와 시공간을 뛰어넘고 오늘날 이 공간에서 조응한다. 

 

Mark Rothko, No. 16, {Green, White, Yellow on Yellow}, 1951. ©PACE GALLERY

회화가 비극, 환희, 숭고함과 같은 주제들과 맥을 같이 할 수 있다는 로스코의 믿음을 반영하듯, 그의 회화 6점이 전시된 2층 전시 공간은 낮은 조도와 함께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이곳에서 관객은  날씨와 대기의 효과를 연상시키는 로스코 회화를 바라보며 밝은 시각효과를 내는 색면이 일깨우는 감각에 집중할 수 있다. 내면으로의 침잠 또는 소용돌이치며 그림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무언가를 느끼며 우리는 스스로의 감정에 집중하는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우환의 '응답'(Response), '대화'(Dialogue) 연작을 만날 수 있는 3층 전시 공간은 2층과는 대조적으로 밝은 자연광이 가득 비치는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공간에 전시된 작품은 색채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우환의 최근 작업과 궤를 같이 한다. 


Lee Ufan, Dialogue, 2018.©PACE GALLERY

특히 사계절을 연상시키는 선명한 색감이 특징적인 <대화(Dialogue)>는 뒤에 놓인 창밖으로 보이는 가을의 풍경과 조응한다. 이 작품은 네 개의 패널이 연결된 대형 작품으로, 강렬한 붓자국에서 느껴지는 색채의 에너지가 독보적이다.  


로스코의 색면회화는 대기의 효과를 연상시키는 깊은 고요와 침잠하는 내적인 에너지를 지녔다. 한편, 여백과 대비되는 강렬한 색채가 매력적인 이우환의 추상 이미지는 활기찬 생명력을 표출한다. 이렇듯 다르지만 같은 결을 지닌 두 거장은 여백, 대기와 같은 비물질적 요소와 추상 이미지를 통해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이번 'Correspondence' 전은 이우환과 로스코의 작품세계와 가을의 풍경을 담은 공간, 관객들이 가진 이야기가 한데 어울리는 ‘조응'의 순간을 보여주었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관객들은 수많은 세계 속을 가로지르며 끝없는 대화를 나눴으리라.



[아트인사이트 기고글 원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2577

작가의 이전글 경계에 선 휴머니스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