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운 삶 대신 행복한 삶을 택하고 싶은 나
인생이 자기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건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어떠한 진리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걸 알고 있어도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 물줄기를 다시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끌어오려고 애쓰고 힘들어 하는 건 언제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며칠 전에 유튜브에서 법륜스님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게 되었다. 법륜스님 영상을 보기 위해서 검색을 했던 건 아니고 이틀 전 제대로 알게 된 우리 어머니의 질환에 대한 소식을 듣고 유튜브에 '어머니가 암 선고'라고 검색을 했더니 법륜스님 영상이 두 세 번째 순서에 떴다. 그 후에도 법륜스님의 영상을 몇 개 더 찾아보고 시청했는데, 영상 제목들이 기억은 안 나지만 영상을 통해서 느끼는 점은 몇 가지 있었다. 우선 세상과 나를 분리해서 봐야 된다는 것, 그리고 욕심이 있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었다.
법륜스님께 자신의 사정을 말씀드렸던 사연자분의 이야기는 대략 이러했다. 중매로 연결되고 4번의 만남 후 바로 결혼했으나 결혼 후 서로를 더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신과 남편분의 성격이 극과 극이었음을 알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시도때도 없이 싸웠던 남편을 건강 상의 이상으로 떠나보내고 나서 지난 세월동안 고마운 마음을 더 자주 표현하지 못했음을 후회하는 이야기였다. 사연자님의 말씀 중에 자신이 전생에 도대체 어떤 업보를 저질렀길래 자라나는 자녀들에게서 아버지를 이렇게 빨리 앗아갔는지 하는 부분이 있었다. 듣고 마음이 많이 아렸다. 어린 나이부터 아버지가 없이 자라야 하는 아이들의 마음도, 아버지라는 존재 없이 두 자녀를 키워내야 하는 어머니의 마음도, 남편을 잃은 배우자의 마음도 생각할수록 아팠다.
그랬더니 법륜스님이 하시는 말씀이, (영상에서 해주신 말씀이 많아서 내가 제대로 내용을 담아 요약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살아있을 때는 사랑하던 사람을 떠나기도 하고, 모질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연인 간 부부 간 속박에 갑갑해하기도 하지만 살아있을 때 아니면 잘해줄 때가 없으니 잘해야 된다는 거..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서 나의 배우자가 떠난 걸 내 전생의 업보와 관련시켜서, 혹은 전생에 악연이나 원수 지간이었는지와 관련시켜서 스스로를 괴로움 속에 가둬놓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남편을 떠나보낸 아내 분께 '아, 내가 정신 똑디 차리고 남은 두 자녀를 잘 키워야지.' 스님은 나중에 아이 둘을 키우다 보면 '살아있는 두 자녀가 남편이 내게 남겨주고 간 선물이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나서는 사교육계에서 사회 탐구 영역을 가르치시는 (인터넷강의를 수강하는 수험생이라면 이분을 모르는 분은 거의 없을 정도로 봐도 무방할 듯) 이지영 선생님이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너희에게'라는 제목의 영상을 이전에 올리신 게 있어서 그것도 연달아서 같이 봤다. 사실 작년에 좀 힘들었을 때도 한 번 봤던 영상이긴 한데 뜰 때마다 넘기지 않고 다시 보게 되는 영상이다. 작년에 이 영상을 시청할 때는 크게 와닿지 않았던 선생님의 말 한 마디가 이번에 다시 같은 영상을 보면서 다르게 다가왔다.
예상치 못하게 소중한 가족 구성원이 아프게 되고, 욕심이 많아 내가 벌인 일을 다 감당하지 못해 무너지고, 원만하던 인간관계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순탄치 않아져서 고민이 생기고, 어느것 하나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는 자책과 후회로 힘든 이 시기에 정말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부족한 점만 보이는 나를 내가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모든 면에서 정말 잘하고 싶고, 완벽하고 싶고, 이런 내 자신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놓지 못한다는 것을..완벽하고 싶다는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상'에 도달하려면 아직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느 것 하나 포기를 하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말만 늘어놓게 되는 요즘.. 그래도 이렇게 애쓰고 있는 내 자신을 포기하지 못한다. 이럴 때 나는 덜 괴로워지려면,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을까 생각을 해봤다.
일단 첫 번째로 기준만 높은 내가 생각하는 '완벽'이라는 상태에 도달하지 못해도 괜찮으니까, 실제로 완벽해지기 어렵기도 하고? 할 수 있는 만큼만, 내가 나를 파괴하지 않을 정도까지만 하자. 남들에게 비판받을까 두려워, 막상 낸 결과물이 예상보다 형편없을까봐 두려워 애초에 시작 조차 하지 않고 벌벌 떨고 있는 것보다는 시작이라는 걸 해낸 나 자신을 다독여주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이 길에 대한 책임도 내가 져야 하지만, 처음 모든 일을 시작할 때 희망하던 내 모습과 지금 내 모습이 많이 다르더라도 더이상 자책하지 말자고. 일단 시작한 일, 욕심 때문에 너무 과도하게 일을 키워놓았다면 일들이 차근 차근 정리되고 하나둘 마무리가 될 때까지 내가 손쓸 방도를 찾아서 뭐라도 해보려고 하는 그 과정에서 나는 분명히 이전과 다르게 성장한 부분이 있을 거라고. 원래 성장하는 건 실시간으로 보이는 게 아니니까, 이렇게 과정을 거치면서 나라는 사람의 능력이 점점 넓어지겠지 하는 생각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련에 괴로워할지 말지는 사실 나의 선택에 따라 달린 일이고, 어찌 보면 '행복하려면 지금 당장 행복할 수도 있다'라는 말이 같은 맥락에서 통하는 말인 듯도 하다. 세상은 내가 괴로워하든 행복해하든 세상만의 이치대로 흘러가는데, 이 세상이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었는지로 나를 스스로 괴롭게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 행복하자. 이미 지난 일 때문에 나를 괴롭게 만들지 말고, 앞으로 내가 만들어갈 수 있는 시간동안의 일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행복하자. 이 글을 읽게 되는 모두가 삶의 괴로운 면보다 행복하고 보람차고 기쁘고 유의미하고 희망찬 면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되는 인생을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