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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s Dec 04. 2024

급류처럼 쏜살같이 읽게 되는 소설 <급류> 리뷰

잔잔하게 읽으려 했지만, 순식간에 빨려 들었던 소설

INTRO


단순히 밀리의 서재 랭킹 순위권에 있어서 읽게 된 소설 <급류>

리뷰란에 다들 호평이 많아서, 한 번쯤 읽어볼까 하면서 읽게 된 소설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습니다.

어떤 분이 "펴는 순간 급류에 휩쓸리는"이라고 평해주셨는데, 정말 그 말이 딱 맞을 정도로 몰입감이 깊은 소설입니다. 단순한 오락용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이 소설이 정말 재미있으실 것 같습니다.


줄거리


소설의 주요 줄거리는 저수지와 계곡으로 유명한 '진평'을 배경으로 도담과 해솔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이 그렇게 아름답게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불우한 사건을 계기로, 이들의 사랑은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기도 하고 삶 자체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기도 합니다. 우연과 운명은 도담과 해솔의 사랑을 도와주는 거 같기도 하다가, 다시 떨어뜨리기도 하면서 점점 종잡을 수 없이 흘러갑니다.

과연, 이들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요?


소설 속 인상 깊었던 문장들


도담에게 사랑은 급류와 같은 위험한 이름이었다. 휩쓸려 버리는 것이고,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 발가벗은 시체로 떠오르는 것, 다슬기가 온몸을 뒤덮는 것이다.


누군가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것을 급류로 비유한 것이 인상 깊은 문장입니다. 내가 손쓸 새 없이 이미 내 마음은 휩쓸려가 버렸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을 위험에 처한다는 것. 그 사람 앞에서 나는 발가벗은 것처럼 부끄러우면서도 곁에 있고 싶어지는 마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인생에서 이 정도로 무언가에 마음을 뺏기고 열정을 다할 수 있는 행위는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모든 것을 가진 듯한 느낌을 얻게 되지만, 그 사랑을 잃게 되는 순간 세상을 다 잃은 기분이 들죠.


연인을 잃은 슬픔으로 크나큰 불행에 빠지는 이들을 생각하면, 사랑은 정말 급류처럼 위험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위험이 두렵 다해서 사랑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도 없습니다. 어느 순간 내 마음의 댐을 무너뜨리고 침범해 있는 것이 사랑이니까요.


도담이 겪은 사랑과 심리상태를 정말 적절하게 잘 비유한 거 같아서 인상 깊었던 문장이었습니다.(그래서 책 제목이 급류인가 싶네요)


자신이 겪은 일과 비교하며 남의 상처를 가볍게 치부하는 냉소적인 태도는 20대 내내 도담이 극복하려 했던 것이었다. 상처를 자랑처럼 내세우는 사람은 얼마나 가난한가


이 문장은 소설의 주요 내용과는 상관없이 인물을 설명한 문장일 뿐입니다. 근데 제가 그냥 뼈를 맞은(팩폭) 느낌이라 메모했던 문장입니다.

사람은 본인의 상처와 힘듦이 제일 크고 아프다지만, 그래도 공감능력을 발휘하여 상대방의 아픔도 이해하면서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제가 요즘 그러지 못한 거 같아서 제 마음에 좀 들어왔던 문장입니다.


최근에, 제가 다니는 직장에 계약직 후배분이 들어왔습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온 사회초년생이라 나이도 많이 어려서 그런지, 저희 조직에서 모두 조심하고 배려해주고 있습니다.

저보다는 쉬운 업무를 배정받고, 더 천천히 교육을 받고 인수인계를 받는 그 모습에서 저는 부끄럽게도 기분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정도의 배려를 받지 못했고, 한창 바쁠 때 들어와서 좀 구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후배가 이것저것 업무를 새로 배우면서 어려워할 때, '이 정도가 힘든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제가 정말 속좁고 편협한 인간이구나를 느꼈습니다. 내가 힘들게 일하고 빠르게 업무를 배워서 적응했다 해서, 후배에게 냉소적인 마음이 드는 것은 분명 부끄러워 해야 할 마음입니다.

제가 사회 졸업하자마자 조직생활 했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 후배가 훨씬 잘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자기반성을 하게 되었어서, 저에게 좀 의미 있게 다가온 문장이라 여러분에게도 소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어. 사랑한다는 말은 과거형은 힘이 없고 언제나 현재형이어야 한다는 걸.


해솔(남자 주인공)이 도담에게 하는 말입니다.

과거로 흘러가버린 "사랑"은 그저 가슴에 사무칠 뿐입니다. 언제나, 현재에 내 사랑을 줄 수 있고 확인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 서로의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각자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게 사랑이라는 걸 시제를 이용하여 표현한 아름다운 문장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사랑한다는 말은 그 말을 받을 사람이 현재 존재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데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만큼 공허한 메아리는 없습니다. 이미 떠나간 빈자리에 아무리 사랑한다 말한 들, 그 말은 상대방에게 가지 않고 다시 나한테 돌아올 뿐이니까요.


현재,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한 번이라도 더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는 게 좋겠네요. 해주고 싶어도 못해줄 때는, 그것만큼 후회되는 게 없으니까요.



END


사실, 이 소설을 그냥 글로 설명하려니 참 간단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냥 우리가 인생에서 많이 접하는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인데, 막 풋풋하거나 가슴 설레는 그런 느낌이라기보다는 약간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억지 신파극이나 감동물은 아니고요.


부드럽게 술술 읽히면서, 사건이 복잡하거나 등장인물들이 헷갈리지도 않고 명확해서 참 읽기 좋은 오락용 느낌의 소설입니다. 오락용이라고 표현한 것은, 어떤 깊이 있는 주제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느낌도 아니고, 분량이 그렇게 무겁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저, 이야기 자체의 재미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소설입니다.


웹소설만큼 가벼운 소설은 아니지만, 그렇게 어려운 소설도 아닌 딱 킬링타임용 소설이랄까요? 서스펜스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재밌게 읽을만한 소설로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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