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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s Dec 14. 2024

<따로 또 같이 고시원, 삽니다> 후기

고시원을 운영하는 사장의 좌충우돌 일상 이야기

INTRO


"고시원"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대부분 긍정적인 느낌의 이미지를 떠올리진 않으실 겁니다.

예전에, 유명했던 <타인은 지옥이다>의 공간적인 배경이 고시원이기도 하거니와, 그렇게 좋은 주거환경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단기간으로 거주가 가능하다는 점과 보증금이 적고 월세가 싸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시원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이나, 여러분의 친구 또는 가족 중에서 고시원을 살아본 사람들을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고시원을 운영하는 원장님의 경우는 어떨까요?

이들은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고, 어떤 고충을 겪으며 살아갈까요?

1~2평 남짓한 방으로 몇 십만 원씩 받아가는 돈독 오른 귀신일까요?


<따로 또 같이 고시원, 삽니다>는 위의 질문에 어느 정도 답변을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대기업 직장인이었던 부부가, 아이의 간호를 위해 고시원 원장이 되면서 겪은 여러 가지 이야기들, 특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경험을 재밌게 풀어낸 에세이입니다.

그 내용들을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작가님이 깨달은 내용들



1. 고시원 운영은 정말 쉽지 않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냐만은, '건물주'라 하면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게 사실입니다.

조직생활에서 상사의 지시를 받으며 일할 수밖에 없는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본인이 '갑'이 될 수 있고, 월세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건물주를 꿈꾸죠.

하지만, 고시원 원장은 어찌 보면 건물주인건 맞지만 신경 써야 할 게 굉장히 많습니다.

가게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세입자들을 관리해야 하는 공간이니까요.

무려, 40개의 방을 운영하는 작가님은 각종 수리부터 사람들의 여러 컴플레인까지 처리한다고 초기에는 거의 매일 고시원에 방문했다고 하네요.

방을 뺄 때마다, 방청소도 해야 하고 부엌이나 복도관리부터 해서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할 게 많았다고 합니다.

단순한 보수작업뿐만 아니라, 세입자의 애완동물인 도마뱀 찾기 같은 것도 해야 했으니..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긴 했지만 고충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2. 사람을 겉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잘생기고 잘 차려입는 청년을 맞이한 적이 있는데, 그 청년이 나가고 나서 집을 청소할 때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아주 난장판이었기 때문이죠.

다른 청년은 대형 금융회사에 다니는 사람이었는데, 롤렉스 시계, 톰브라운 셔츠에 가디건까지 명품을 좋아하는 청년이 고시원에 사는 것에 대해 허세가 좀 있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청년은 정말로 회사에 성실히 다니는 사람이었고, 고시원이 회사 근처에 있어서 살았을 뿐이라고 합니다. 고시원은 잠만 자는 공간으로만 이용하는 사람이었던 거죠.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은 고시원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생각보다 따갑고 쓰라린 타인의 시선을 견뎌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시원을 운영하는 원장님도, 세입자한테 이런 생각이 드는데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그럴까요?

작가님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사람을 함부로 헤아리면 안 되겠구나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3. 요즘의 고시원은 생각보다 사람들이 서로 배려하고, 조심하며 살아간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고시원은 사실 긍정적인 공간은 아닙니다.

솔직히, 방음도 잘 안 되는 공간이고 화장실도 공용으로 사용해야 하는 아주 불편한 공간이죠.

그래서, 오히려 세입자들끼리 서로 배려하고 조심한다고 합니다.

부엌에 쌀이 떨어지면, 밥을 하고 설거지도 하면서 서로 감정 상하지 않게 행동하는것처럼요.


덩치 크고 인상이 험악해 보이는 남자들도, 헬스장에선 서로 조심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까요? 남에게 피해를 안 주려는 사람들이 훨씬 많기에, 고시원은 생각보다 괜찮은 공간이라고 합니다.


저는 사실, 고시원에서 살아본 적은 없고 원룸에서만 살아봤습니다.

원룸은 어느 정도 방음이 되긴 하다 보니, 세입자들이 음악을 세게 틀거나 소리도 크게 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저도 아침에 알람을 너무 세게 맞춰서, 다른 세입자분께 쪽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제 친구도 음악 세게 틀고 노래 부르는 사람 때문에 아주 곤욕이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원룸 같이 좀 더 분리가 되고 방음이 되는 공간일수록 사람들이 더 배려심 없게 행동해서 피해를 입기도 하나 봅니다. 고시원은 그저 원룸보다 공간이 좀 더 좁을 뿐, 사람들이 더 조심하며 행동하는 공간이기에 지낼만하다고 하네요.

그런데, 솔직히 이 부분은 작가님이 "고시원 원장"이기에 너무 곧이곧대로 믿을만한 내용은 아닌 거 같습니다.

분명히 시끌벅적한 사람들은 공간을 따지지 않고 어디에나 존재하기 마련이기도 하고, 세입자와 임대사업자의 관점은 엄연히 다르니까요


END


고시원 세입자의 이야기들이야 일상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데, 원장의 이야기는 생소해서 재밌었던 책입니다.

많은 세입자들을 보면서, 작가님이 깨달은 내용들이 재밌고 부드럽게 펼쳐져 있습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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