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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아 Nov 03. 2024

제3화. 꿈꾸지 않으면

                              ‘꿈꾸지 않으면’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하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하네

             아름다운 꿈 꾸며 사랑하는 우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 가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우린 알고 있네

             우린 알고 있네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2016년 7월 4일 새벽 5시 A시 웅부공원 옆 전세버스에 모두 모였다.   

   

오늘은 드디어 서울 여의도 국회회관에서 합창 대회를 하는 날!      

  학부모님들과 우리 반 학생들이 밤잠을 설치고 설레며 부푼 가슴을 안고, 공연에 입을 옷 가방을 들고서 서울행 전세 버스에 올라탔다. 아마 아침도 거의 안 먹었을 것이고, 벌써 위가 약한 학생들은 휴게소에 도착하기 전에 토했고, 기분은 설레면서 긴장되었다. 버스는 예정대로 서울 국회의사당에 도착하였고 우리는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탈의실에서 공연 때 입을 합창 단복으로 미리 갈아입었다. 우리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는데, 너무 빨리 순번이 되는 바람에 점심 먹고는 연습도 제대로 못하였다.

“얘들아! 평소처럼 하자! 떨지 말고 잘하자!”

3학년 진희가 동생들에게 말하지만 사실은 자기에게 하는 말이란 것을 알았다. 모두 서로 손으로 파이팅 하며 격려하며 무대에 올랐다. 떨리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니 올 한 해 연습한 순간들이 순식간에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결과는 최종 결선 진출 및 장려상!     


  2016년 B여중에 부임하고 ‘올 한 해는 무엇을 하며 보낼까? 전임학교 K중은 남학생들이 많아서 과학상자 조립이나 컴퓨터를 좋아했는데, 학생들의 특징을 관찰하니 여학생만 있어서 그런지 서로 감정싸움이나 작은 자존심 다툼이 잦았다. 어떻게 하면 서로 사이좋게 지내고 단합되게 할 수 있을까? 자세히 보니 쉬는 시간, 점심시간 노래와 춤에 공통적으로 관심이 많았다. 3학년 언니들이 좋아하니 1학년들도 따라서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      

흥이 많은 여학생들과 신나게 보낼 재미있는 활동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합창을 계획하게 되었다. 우리 반만 하기에는 인원이 너무 적어 인근 J중학교, K여고에 전화를 걸어 연합동아리 하자니 모두 사정이 있다며 난색을 표하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발달장애인협회 청년들과 합창을 하면 화음도 서로 어우러지고 청소년보다

잘 맞고 목소리도 굵고 부드러워서 좋을 것 같았다.


  노래는 제천 간디학교의 교가로도 알려진 '꿈꾸지 않으면'으로 결정했다. 음악도 좋고 노랫말 가사도 내용이 감동적이고 우리 형편과 공감하는 내용이어서 그 곡으로 정했다.   

그 후 협회 담당자와 여러 번 만나고 협의하여 합창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구성원은 B여중 특수학급 학생들, 경북발달장애인 복지협회 청년들, 비장애인들로 이루어졌다.      

동아리 활동 목표는 <장애와 차별, 편견을 극복하고 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지역 사회 기관과 연계하여 합창 공연을 하며, 장애 학생들의 자존감과 사회 적응 능력 향상>으로 정하였다.  

  동아리 이름을 고민하다가 ‘장애를 뛰어 너머~’ ‘차별을 뛰어 너머~’ ‘편견을 뛰어 너머~’ 우리도 잘할 수 있음을 알리자.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으로 합창단의 이름을 너머로 정하였다. 우리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서로를 격려하고 장애 극복을 위한 합창단 활동으로 너머를 위한 첫걸음에 도전하였다.      


  그때 마침 예술 동아리를 지원해 주는 공문이 와서 응모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경제적으로 지원을 받게 되었다. 일단 지휘자, 반주자, 곡을 선택해야 하는데 성악 전공하신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음악치료 형식으로 주 1회 두 시간씩 장소도 J교육청의 협조를 받아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연습을 하였다.

사실 나도 음악이 전공이 아니어서 지휘자 선생님과 물어보며 계획하고, 실천하고 연습을 하였다. 먼저 충분한 개인별 연습을 자기 반에서 하도록 합창 과제를 제시하였다. 녹음 파일과 동영상을 보고 파트별 음정 연습을 하고 확인해 주었다. 모여서 하는 전체 합창 연습은 3월 29일부터 11월 27일까지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18회에 걸쳐 실시하였다.

  공동체 의식과 목표 의식을 고취하기 위하여 공연에 입을 합창 단복을 마련하였다.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옷과 소품을  함께 고르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국회회관에서 하는 단복은 노래에 어울리게 좀 특별한 것으로 골랐다. 동요 메들리이니 선장 모자와 흰색 해군 티셔츠와 검은색 반바지, 흰색 반 스타킹을 신으니 깜찍하고 예뻤다. 그다음 공연에는 계절이 달라서 학생들과 함께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겨울에는 흰색 와이셔츠와 줄무늬 나비넥타이, 청바지를 입었고, 여름에는 흰색 줄무늬 티셔츠와 핑크색 체크무늬 반바지를 입었다.     

  2016년, 2018년 2년에 걸쳐서 실행된 합창 연습은 무엇보다도 우리 반 학생들이 똘똘 뭉치도록 단합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첫 출전한 전국 발달장애인 합창대회에서 수상하여 모두 개인 메달을 받았다. 상장과 메달을 들고 나경원 국회의원과 사진을 찍고 통합반 친구들에게 자랑을 많이 했다. 태어나서 처음 메달을 받아보는 학생도 있어서 수상 결과는 우리 반 학생들의 사회성 및 자존감을 크게 향상할 수 있었다.   

   

  합창은 공연 날짜가 정해지면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연습 과정에 있는 실수와 소소하고 재미있는 추억은 시간이 지나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다. 그리고 간식이 덤으로 오니 학생들이 당연히 공부 시간보다 합창 시간을 좋아했다. 첫 결과가 좋으니 부모님들 반응도 좋았고 다음 연습에도 긍정적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학부모 가정과 발달장애인협회 지역 사회와, 우리 학교 특수학급과 특수교육센터와 공동체를 형성하게 되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서로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았다.      

통합반 학생들에게 공연 사진을 보여주며 비장애인의 지적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효과가 있었다. 또한 학생들과 나에게는 동아리 합창 연습을 통한 스트레스 완화 및 음악치료 효과가 있었다. 무대 위 공연 활동을 통해 자부심 및 성취감을 느끼고 장애 극복 의지를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다.      

2016년 처음 합창을 한 이후 2017년에는 학습연구년이어서 연수원에 소속되고 학교에 출근하지 않았다. 2018년 다시 학교로 복귀하자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합창 연습을 다시 하게 되었다.    

 

합창 활동의 가장 큰 결과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합창을 통하여 학생들의 자기표현능력이 강화되어 의사소통 자신감 및 자존감 향상에 크게 기여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교사인 나에게도 특수학급 학생들과 합창을 하였다는 자부심과 함께, 

공연 내용과 함께 남겨진 사진들은 즐겁고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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