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짜장면 시키고 남이 짬뽕시키면, 남의 짬뽕이 더 맛있어 보이고,
내가 화가 날 때는 남편도 남의 남편이 더 멋있어 보이는데
단 한 가지 이 세상에서 언제나 내 것이 제일 좋은 것은 뭐지?”
정답은 ‘자기 자식’
하긴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이 제일 예쁘다고 했으니 옛말이 틀린 것은 없다.
지금은 아이들이 다 자랐지만, 어릴 때는 퇴근해서 아기를 보면 요것이 어째 요렇게 신기한 지 아무리 힘들고 고단해도 쌩끗 웃는 모습 한 번만 보면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니 요런 보물이 세상에 없다.
아이들이 어릴 때 여름휴가 차 우리 집에 온 작은 오빠 말하기를
“어휴! 너네 집은 어째 캠핑 가기 5분 직전 같네.”
올케언니가 민망한지 살짝 거든다.
“우리 집도 그랬는데 뭐! 아이 키울 때는 다 그렇지.”
그때 우리 집 거실에는 휑하니 소파 하나 가구 하나 없이, 막내 백일 때 붙인 오색 풍선들이 바람 빠진 채로 빙 둘러서 벽을 장식하고, 유리창에는 둘째가 만든 오리기, 접기 종이가 붙여져 있고, 아빠가 붙인 새 그림도 있다. 큰 애의 유치원 편지도 있고, 내가 붙인 아이들 놀이 시간표도 있다. 아이 책상 의자 위에 색종이, 크레파스 등이 어지럽혀 있고, 아무튼 내가 봐도 거의 환상적(?)이다.
시댁이나 친정 모두 형제 많은 큰 집이라 대가족 제도에 익숙한 우리는 결혼 초부터 최소한 아이는 셋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잠잘 때 둘씩 편 가르는 것 같더니, 이제는 다섯 명이 부드럽게 홀수로 이어지고, 차를 타도 남는 공간이 없이 딱 맞네.” 하며 좋아한다.
직장에 다니는 내가 늦게 셋째를 가졌다고 친정어머니께 말씀드렸을 때
“아고! 힘든 줄 모르고 정신없는 일 하네. 언제 다 키우려고...”
라며 딸을 생각해서 이런 말을 하셨고, 조카 하나만 키우는 서울에 사는 깔끔한 작은 언니는
“얘! 한 명 확실히 뒷바라지 잘해 잘 키워야지.”라며 내가 막내를 임신했다고 했을 때 별로 안 반기는 눈치였다.
하늘에서 주신 아기니까 잘 받아서 잘 키워야겠다고 우리 부부는 생각했고 세 번이나 제왕절개 수술하게 되니까 남편도 나도 겁이 났지만, 숙부님께서 추천해 주신 병원에서 깔끔하게 모든 일은 잘 해결되었다.
양손에 첫째, 둘째 손을 잡고, 막내를 업고 버스를 기다리면 모든 사람들이 날 보는 것 같았다.
포대기는 형님네가 쓰던 것이니까 15년 된 것을 우리 막내까지 쓰니까 얼마나 촌스러워 보이겠냐마는,
‘아무렴 어때? 이렇게 업을 수 있는 것도 잠깐인데.’
그 당시 내 앞자리 동료 Y선생님은 큰 애가 6학년이고, 둘째를 우리 막내 낳을 무렵에 낳았는데, 몸무게 40kg도 안 되는 가냘픈 몸매에 아기를 업고 물통 세 개를 들고, 음악 선생님이어서 그런지 노래를 부르며 걸어간다.
아무리 피곤해도 한밤중에 젖 물리고 웃는 모습만 보면 힘이 난다는데, 그것이 모성 아닐까?
어릴 때 나란히 누워있는 세 명의 아이들 사진을 보면 재미있다.
첫째는 밝고 명랑하고 눈망울이 크고 예쁜 아이. 어렵게 태어나 약간의 장애가 있어 돌 전에 세 번이나 입원해서 부모를 놀라게 했던 아이.
둘째는 개성이 뚜렷하고 지적이고 피부가 너무 예쁜 아이.
송곳니 없는 것도, 겁 많은 것도, 말투까지 부모를 꼭 닮아서 부모를 잘 웃기게 하는 아이.
막내는 이제 10개월 우리 집에서 제일 보물. 아무리 힘들고 고단해서 씽긋 웃는 모습으로 기어 오면 할머니도 고모도 온 식구가 달려가서 안아주는 아이. 제일 어려서 귀여워서 인기 순위 1위.
지나간 결혼 37년의 세월, 직장맘하며 육아에 시달리고 고달픈 기억도 있었지만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고 아이들로 인해 재미있고 행복한 추억이 더 많았고, 내 삶이 더 풍성해졌다. 부모가 되지 않았으면 훨씬 나는 철이 늦게 들었을 것이고 끝까지 엄마 마음도 잘 몰랐을 것이다.
이제는 아이들도 성인이 되었고 나도 직장 생활을 곧 마무리하게 되었다.
부모는 자식에게 영원한 AS 센터라고 하지만 그래도 든든한 센터가 있다는 것은 마음 뿌듯하지 않을까?
어쩌면 둘째가 결혼했으니 나도 할머니가 될지도 모르겠다.
부모가 처음이어서 서툴렀고, 내 아이는 예의 바르고 반듯해야 하고 실수해도 괜찮은데 관대하게 못 대했다.
요즘 너무 나라도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경제도 힘들고 사람들이 사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육아로 인해서 힘들고 짜증 난 젊은 엄마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많이 안아주고 업어주고,
아기는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우리 모두 온 나라가
함께 잘 키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