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경력자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긴 간병이 끝난 우리 가족은 묵묵히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화를 받았는데 아버지께서 교통사고로 응급실에 계시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당장 택시를 잡고 기사님께 최대한 빠르게 병원에 가달라고 요청드렸습니다. 심장이 쿵쾅쿵쾅 초조해졌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제발 후유증 장애 없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정신이 없고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이제는 어른이 되었으니 예전과 다르게 마음을 굳게 먹어야 했습니다. 속이 타들어 가는 계속되는 대기와 검사 후 아버지의 몸상태와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수술 후 최악의 경우 자가 호흡을 할 수 없고 누워서 생활하실 수도 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 때 보다도 더 힘드실 수 있겠구나.. 각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큰 수술을 무사히 마치셨고 움직임에 불편함이 있으시지만 큰 장애는 남지 않으셨습니다. 교통사고 가해자가 도저히 이해가 안 가고 똑같이 당했으면 했지만.. 사과하러 오셨고 불행 중 다행으로 가해자 보험사에서 치료비 부담이 가능했습니다. 아버지의 치료와 회복이 무엇보다 급선무였기 때문에 냉정하게 생각해야 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또 재활병원으로 옮기고 하는 과정에 간병이 필요했습니다. 어머니 간병을 해왔던 저의 가족은 자연스럽게 서로 도와가며 아버지를 간병하였습니다.

병원에서 간병을 하다 보면 직업으로 간병을 하시는 분들을 자주 뵙게 되었습니다. 외국인분도 많으셨습니다. 사실 직업으로 간병을 하시는 분들이 담당하시는 환자분께 반말을 하시거나 아랫사람처럼 대하시는 듯한 모습을 볼 때면 좋아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적막하고 무거운 웃을 일 없는 병실 분위기가 간병인 분들 덕분에 그나마 밝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예민해지다 보니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간병인은 환자를 두고 자리 비우면 안 되다 보니 급한일로 자리를 비우셔야 할 때 어떻게 하시나 궁금했는데 간병인 분들 서로 잠시만 봐달라며 돕고 계셨습니다. 입원실이지만 사람 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간병인 분들이 협력하시면서 환자와 보호자를 위해 큰 역할을 하고 계셨습니다.

우리 가족의 큰 아픔이지만 어머니 간병할 때 겪었었던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경력자인데 이 정도 간병은 별것도 아니라는 농담도 할 여유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저도 나이가 들고 노쇠할 것입니다. 병에 걸리거나 다치거나 장애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모두 필연적으로 아플 일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때마다 간병이 필요하게 되니 '누구만의 불운이 아닌 모두가 겪는 삶의 자연스러운 일인 거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 오롯이 개인에게 부담을 지우게 하여 모든 것을 감내할 수 없기 때문에 제도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간병인 분들이 서로 협력하시는 것처럼 선뜻 돕고 협력하는 따듯한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