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간관계에서 말과 행동을 가려가며 예의를 지키려 노력합니다. 서로 존중하는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결혼 후 가족 연합이 되면서 어려워졌습니다. 제가 노력하고자 하는, 서로 말과 행동을 가려가며 예의를 지키려 하기보다 또 서로 존중하기보다 솔직한 날것의 말과 행동을 느꼈습니다. 아마도 가족이 되었다는 이유로 저를 거리낌 없이 대해주시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수직적인 의사소통으로 지시가 내려오면 지시를 따라야 했습니다. 회사로 비유를 들면 제가 신입사원이 된 것 같았습니다. 관습이 서서히 바뀌고 있지만 제가 노력하고자 하는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예의를 지키고 존중하기에는 아직 불가능한 세상 같았습니다.
남편과 대화가 불가능했고 계속되는 감정소모로 괴로웠습니다. 이 지옥 같은 상황을 벗어나려면 감정을 최대한 제외하고 원인 분석과 해결방안을 중점적으로 생각해야만 했습니다. 감정을 제외하니 오히려 결단이 빨라졌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수직적인 의사소통으로 지시가 내려오면 지시를 따라야 했기 때문에 저의 의사를 물어보시지 않으시고 시가의 단체 톡방에 갑자기 초대가 되어 실시간으로 계속 올라오는 톡 때문에 당황스럽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남편과 시가분들은 개의치 않으셨습니다. 남편은 오히려 시가 상황을 저에게 알리지 않아도 제가 알아서 단체톡을 보면 되니 편리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쌓여가는 톡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시가상황을 실시간으로 세세한 것까지 알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고 배우자가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는 남편이 직접 알려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단체톡방을 나왔고 며칠 뒤 시어머니께서 전화를 주셔서 "단체톡방을 나가 서운해하더라"라고 말씀하셔서 "갑자기 초대를 하시기도 하셨고 톡이 계속 너무 쌓여 읽지 못하겠어서 나갔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시가에서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든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남편과 계속 감정소모를 하는 이 지옥 같은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남편은 저를 공감하고 이해해 주지 못해도 저의 결단을 존중해 주었습니다.
이 외에도 남편에게 솔직하게 "배우자가 반드시 참여해야 할 모임이 아니라면 혼자 갔으면 좋겠다. 지금은 서로 감정적으로 쌓인 게 많아 시간이 필요하다. 남편과 시가분들이 되도록이면 참여하길 바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노력해 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솔직하고 간결하게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가치관이 크게 다르니 힘들어서 못하겠다"라고 말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그 상황인데 oo생각이 들고 oo감정이 들지 않겠어?"라고 돌려 말하면
감정소모만 될 뿐 전혀 대화가 불가능했습니다. 배우자가 공감해주지 못하고 이해해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차라리 솔직하고 간결하게 말하는 것이 효과적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서로 괴롭지만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배우자라도 전부 공감하고 이해해 줄 수 없고
배우자라도 강제할 수 없다는 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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