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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프로 Nov 08. 2024

미친 거 아냐? 설악산 공룡능선 맨발등산 Part.2

(2-2화/10회)

'미친 거 아냐?' 말꼬리를 올리면 의아함에

놀라서 내뱉는 욕이 된다.

'미친 거 아냐' 말꼬리를 내리면

차분한 나의 이야기가 된다.


맨발 등산하면서 ‘미친 거 아냐?’라는 말을

듣게 된 것은 북한산에서였다.

처음 보는 여성에게서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도 황당했지만,

그 여성은 정작 내가 얼마나

맨발 걷기에 미쳤는지 잘 모르고 한 소리다.


북한산은 맨발로 오른다고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만한 정도의 산은 아니었다.


내 삶에서 무엇인가에 제대로 미쳐본다는 것.

그 의미를 공룡능선에서 깨달았다.

맨발에 미쳐 맞짱 뜬 상대가 공룡이었다.


설악산 공룡능선을 맨발로 넘겠다는 결심 이후,

매주 거르지 않고 무조건 산을 탔다.

치악산을 하루 두 번 오른 날도 있었다.

사다리병창길로 정상에 올라갔다가

반대편 길로 내려갔다가

다시 정상에 오르는 식이었다. 꼬박 7시간 걸렸다.

치악산 비로봉 하루 두번 맨발 등산

공룡능선을 처음 는 것은 아니었기에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전 경험과 다른 점은 올해는 

공룡능선을 맨발로 걷는다는 점이었다.


우선은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거리를 늘려갔다.

어둠 속에서 혼자 숲 속을 걷는 것은 정말 싫었지만,

해가 진 뒤에도 라이트를 켜고 묵묵히 걷고 또 걸었다. 무엇보다도 맨발 경험이 더 필요했기에

매주 할당 거리를 채웠다.


내가 지금 공룡능선을 걷고 있다고 가정하고

걷다가 보면 맨발은 느리기에

공룡능선에서 석양이 질 때

‘해가 지기 전에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압박감’

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산은 해가 빨리 진다. 그 넓은 곳에 아무도 없었다.


그 해결책으로 보행 속도를 높여야 함은 분명했기에

동네 뒷산에서 한 시간씩 맨발로 뛰는 연습을 했다.

하지만 맨발로 뛰다 보면 다치기 일쑤였다.


나무 둥치에 발이 걸리는 순간 발가락이 까지고

피가 흐르면 아픈 것은 둘째치고

 ‘내가 왜 이러고 있나.’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발가락이 부러진 것 아니니 다행이다.’

생각하고 절뚝거리면서도 끝까지 뛰었다.

비가 그치고 맨발 달리기


누구와 경쟁하기 위한 시간 싸움이 아니었다.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가장 힘썼다.

마라토너도 아마 비슷할 것이다.


계속 꾸준히 하는 것.

장시간 계속 움직이는 데에는

일정한 리듬을 타는 것이 중요하다.

리듬을 탈 줄 알게 되면

그 이후로는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


그렇지만 리듬에 올라타기 전까지는

나를 숨이 벅차게 밀어붙여서

탄력을 받아야 한다.

탄력을 받으면 자연스러워진다.

마등령 오르는 중에


그렇게 하면 하산 무렵

다음에 이 길을

걷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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