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기획 및 제도설계
12월이 되면 경영진과 인사팀은 한 가지 공통된 고민에 빠진다. 바로 내년도 임금인상률 결정이다. 한 해의 성과를 돌아보고 다음 해의 계획을 세워야 하는 시점에서 임금인상률의 결정은 이들에게 매우 어려운 과제다. 최근 물가인상 등으로 임금인상에 대한 근로자들의 기대와 요구는 점점 높아지지만 침체된 경기 분위기는 기업의 재무적 부담을 한층 더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인사담당자는 경영진과 근로자에게 합리적인 임금인상률을 제시하여야 한다. 경험상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만족스러운 결정은 불가능하지만 서로 타협하고 수용할만한 수준은 충분히 찾아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과 과정이 필요할까? 임금인상률 결정은 단순히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기업의 지불능력, 근로자의 기대(임금의 외부적 공정성) 그리고 생계활동의 보장이라는 세가지 축위에서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이다. 자칫 무리한 인상을 결정하면 기업의 영업이익 및 재정건정성이 흔들릴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면 근로자의 사기 저하와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성공적인 임금인상률 결정은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적 판단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신뢰를 주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2-1. 개요
임금인상률의 결정은 세 가지 기준에서 출발한다.
첫째, 기업의 지불능력이다. 기업의 재무상태를 기준으로 인건비 대 매출액, 노동소득분배율, 인적자원투자수익률(HCROI) 등을 고려하여 임금인상의 상한선을 설정해야 한다. 이는 재무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인건비 인상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둘째, 산업 및 동종 업계와의 비교다. 산업 및 동종업계의 임금수준과 인상률을 참고해 시장 내 경쟁력을 유지함과 동시에 임금의 외부적 공정성의 확보가 중요하다. 이는 기업이 인재를 유지하고 확보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기준이 된다.
셋째, 생계비와 물가상승률이다. 근로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최저한의 인상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물가상승률과 같은 경제 지표를 반영하면 근로자의 실질소득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결국, 임금인상률은 기업의 지불능력(최대), 산업과 시장 경쟁력(중간), 그리고 생계비와 물가상승률(최소)이라는 세 단계의 기준에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2-2. 기업의 지불능력
기업의 지불능력을 이해하기 위하여는 영업이익과 인건비와의 관계를 명확히 이해하여야 한다. 재무적 관점에서 인건비는 판관비에 포함되는 '급여+퇴직금+복리후생비'와 제조원가명세서에 있는 '노무비+퇴직금+복리후생비'를 통칭한다. 결국 인건비의 인상은 영업이익 증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이고 나아가 우리회사의 전체 인건비 재원의 규모가 어느정도인지 숫자로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필자는 보통 인건비 대 매출액, 노동소득분배율 그리고 HCROI 기준을 즐겨 활용한다.
① 인건비 대 매출액 비율
인건비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기업의 인건비 지출 수준을 측정하는 기본적인 지표
계산식 : (총인건비÷매출액)×100
이 비율이 높을수록 매출 대비 인건비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함. 산업 평균이나 경쟁사 비율과 비교해 우리 기업의 인건비 지출 수준을 평가할 수 있으며 특히 생산성이나 영업이익이 정체된 상황에서 비율이 과도하게 높다면 인건비 효율화 방안(낮은 임금인상률, 승진관리, Outplacement 등)을 고민해야 함
② 노동소득분배율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 중에서 노동자의 임금으로 분배된 비율을 의미
계산식 : (총인건비÷부가가치)×100
노동소득분배율은 기업이 창출한 성과를 근로자와 얼마나 나누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임. 산업 평균 대비 우리 회사의 노동소득분배율을 비교해보면 임금 인상의 여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지나치게 높을 경우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생산성 개선 방안을 병행해야 함
③ 인적자본투자수익률(HCROI)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대비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로 인건비를 포함한 인적자원 투자 대비 영업이익을 측정
계산식 : (총인건비+영업이익) / 총인건비
HCROI가 높을수록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함. 인건비 인상에 따른 성과 향상 여부를 평가하고, 생산성 개선과 임금 인상 간의 균형을 도모할 수 있고 인건비를 단순 비용이 아니라 투자 관점에서 바라보게 함으로써, 임금인상과 생산성 간의 긍정적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음
즉, 인건비 대 매출액 비율을 통해 인건비 부담의 정도를 확인하고 노동소득분배율을 통해 부가가치 창출 대비 근로자의 몫을 검토하며 HCROI를 통해 인건비 투자에 대한 성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다 보면 임금 인상에 대한 지불능력의 상한선을 명확히 설정하고 재무적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근로자들의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 인상률을 결정할 수 있다.
(2탄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