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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꽃농부 Dec 22. 2024

조찬모임 - 중역급 임원이나 하는 줄

시간을 보니 6시를 이제 막 지났다.


"너무 일찍 톡 한 게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니에요. 벌써 일어났죠. 뉴스 보고 있어요."

"아침 식사는? 드셨어요?"

"아니 아직."

"아~ 그럼 나랑 같이 아침 먹을까요? 내가 그쪽으로 갈 테니까"

"그래? 좋죠. 음... 혹시 콩나물해장국 어때요? 주소 보내 드릴 테니 이따 봐요. 조심히 오시고"


  서로의 공통된 관심사가 있어 한 동안은 일주일에도 서너 번씩 하루가 멀다 할 정도로 자주 만났던 사이였다.

지역 내 큰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만나 알게 된 사이였고, 스스럼없는 성격으로 같이 지내면 즐거운 일이 많아 그 누구보다 격의 없이 친하게 지냈었다. 그래도 서로의 나이가 동갑은 아니어서 말을 놓지는 않았고 가벼운 존칭과 반존대를 섞여가는 화법이 더욱 편하게 했다.


세밑 - 한 해의 마지막 무렵

굳이 상대 격인 단어를 찾아본다면 

새해- 새로운 해가 시작된 때


세밑과 새해는 거의 같은 시기이다. 시간적 개념은 동 시간이라고도 수 있겠다.

12월 31일 24시와 1월 1일 0시는 그게 그것이다. 

딴지 걸지 않을 거면 행정적 법률적 뭐 그런 건 멀리 미뤄두자. 


생업과 개인사에 전념하다가 불현듯 누군가를 떠올리는데 상대가 좋은 기억 속에 있었다면 다시 한번 만나고 싶고 하다못해 근황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한 달에 한두 번 짧은 통화를 하며 안부정도는 물었는데 최근 전화 통화하면서 막상 얼굴 본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는 걸 알게 되어 조금 놀랐다. 마지막 얼굴 본 게 2년 전 인천항 연안부두 뒷골목 노포 선술집에서 막회에 소주 한 잔 같이 했던 게 마지막이었으니... 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 언제고 밥 한 번 먹자고 말은 했지만 기약 없는 약속은 계속 차일피일 미루어졌고 급기야 2년의 세월이 흘러버렸다.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잠을 깨우지나 않을까 걱정했지만 연락을 했던 거다.

'역시 사업하는 분들은 일찍 일어나는 구만' 짐작했던 대로 부지런하다.


나보다 일찍 도착해서 미리 주문까지 해 두고 반갑게 맞아 준다.

"그새 흰머리가 늘은 것 같으셔. 잘 어울리긴 하지만 하하하 건강은 어떻셔?"

"괜찮아. 엊그제 건강검진했는데 백 살 넘게 살 것 같다고 해서 더 일해야 할 것 같아 하하하하."


자녀들 직장이며, 부인과 어른들 안부도 묻고 사업은 어떻게 되어가는지 등 얘기를 콩나물해장국이 다 식기도 전에 서둘러 묻고 답하며 눈을 맞춘다. 

식당을 나서기 전 입구에 있는 커피 한 잔씩을 뽑아내어 서로에게 먼저 마시라며 양보하는 게 참 보기 좋았으리라. 




만나서 헤어짐까지 30분 정도였고, 다음에 또 아침 먹자며 따뜻한 손으로 악수를 나눈 후 헤어졌다.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지인과의 만남은 바쁘다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다.


조찬모임, 높으신 양반들이나 하는 것 아냐?

아니요. 보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만날 수 있는 거죠. 


자~ 아침은 보고픈 지인과 점심은 회사동료와 그리고 저녁은 사랑하는 가족과

사진 빌려온 곳: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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