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에 최고의 명약은 노래 부르기
해마다 전근 보내는 회사 탓에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몇 안 되는 짐을 풀고 제일 먼저 찾아보는 건, 주변 맛집과 가까운 도서관 그리고 코인노래방(코노) 순서이다.
혼자인 나에게 불쑥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 '우울증'을 상대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나만의 대처방식의 순서인 것인데, 맛집이라고 해본들 혼밥과 혼술이지만 그래도 맛있는 음식에 소주 한 잔이면 상당히 위로가 된다. 그다음은 도서관인데 가끔 누군가의 소개로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메모장에 제목을 써 두었다가 한 번에 다섯 권을 대출하고 생각보다 내용이 재미있다면 밤새 다 읽어 버린다. 뭔가에 집중하고 한계치를 넘어 몰입하면 우울증이란 놈은 저 멀리서 가까이 오질 못한다.
음치 박치이지만 좋아하는 노래를 있는 힘껏 고래고래 소리 지르다 보면 단번에 기분이 좋아지는 걸 아는 터에 노래방을 찾곤 하는데 이곳엔 기껏 두 곳이 있지만 건전해 보이지 않아 들어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마을버스를 타고 읍내를 벗어나 동 단위 옆 마을까지 20분은 족히 가야 코노를 만날 수 있다. 매우 다행히도 대학가 주변이라 대여섯 곳의 코노는 경쟁적으로 간판을 번쩍이며 어서 들어오라 한다.
가격도 참 착하다. '30분에 3,000원' 슬쩍 카카오페이 바코드를 갖다 대면 원하는 방에 입장이 순조롭다.
노래 한 곡당 4~5분, 다음 곡 선별에 30초, 그러니 대여섯 곳은 충분히 부를 수 있는 시간이다.
첫 선곡은 '사랑 TWO' 연이어 '남행열차, 바램, 나를 슬프게 하는 것, 다시 사랑한다면' 운 좋게 한 곡 더 할 수 있다면 '천상재회'까지.
머리 희끗한 어른이 혼자서 코노에 들어가는 게 대학생들에게는 조금 이상해 보이는지 잠깐 눈흘김을 받지만 그런 건 오래전 혼밥술 시작할 때부터 일찍이 개나 줘 버린 탓에 신경 쓰이지 않는다.
내일 저녁에는 멀리 떨어진 번화가에서 회식이 있고, 얼굴이 적당히 붉어지면 돌아오는 길 중간에 내려 혼자 코노를 갈 생각이다. 지난번 열창을 했음에도 박한 점수에 아쉬웠는데 내일은 좀 더 잘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