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창가에 앉던 낯선 승객

하늘 위에서 만난 조용한 사람

비행기가 활주로를 따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그는 이미

창가에 앉아 있었다.


흰 셔츠에 검은 재킷,

왼쪽 손목엔 오래된 시계.


그는 창밖의 구름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 옆자리 승객은 말이 없었다.

기내 방송이 흘러나오고,

벨트 사인이 꺼진 뒤에도

그는 창문 밖을 계속 바라봤다.


언뜻 보면 생각에 잠긴 듯했지만,

자세히 보면 듣고 있는 사람 같았다.


창밖은 구름의 바다였다.

그는 마치 그 바다 저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찾고 있는 듯했다.


한 번은 종이 조각에 무언가를 적었다.

짧은 문장, 세 글자.

‘오늘도 잘.’


그는 그 문장을 다시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기내식이 나올 때도,

그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대신 작은 이어폰을 꺼내

조용히 음악을 들었다.


누군가 물었다.

“혹시… 자주 비행기 타세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뇨, 가끔… 누군가를 만나러요.”


착륙 전,

그는 창문을 닫지 않았다.


빛이 얼굴을 비추자

그의 표정이 잠시 부드러워졌다.


도착 안내방송이 흐르고,

비행기가 멈췄을 때

그는 자리에서 가장 늦게 일어났다.


그가 내린 자리엔

작은 종이 한 장이 남아 있었다.


“하늘은 늘 같은 높이에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날마다 다르다.”


우리는 가끔,

짧은 여정 속에서

가장 오래 남는 얼굴을 만난다.


이름도,

목적지도 모르는 사람.


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우리가 잃어버린 이야기의 조각이 숨어 있다.


비행기는 다시 활주로로 나아가고,

다른 승객이 같은 자리에 앉는다.


하지만 창가의 흔적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마치 누군가 방금 전까지

하늘을 듣고 있었던 것처럼.


비행기 창가에 앉던 낯선 승객



월, 수, 금 연재
이전 16화오래된 구두 수선소 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