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구두 수선소 소년

작은 손이 고친 하루

그 골목 초입에는

오래된 구두 수선소가 있었다.


붉게 벗겨진 간판,

유리 위에 비스듬히 붙은 가격표,

기름 냄새가 은근하게 배어 있는 작은 방.


사람들은 대부분

그 앞을 빨리 지나갔다.


어느 날,

그곳에서 어린 소년이 보였다.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나이.

작은 의자에 앉아

구두를 잡고 있었다.


손끝에 붙은 검은 얼룩,

가죽을 문지르는 리듬,

잠깐씩 고개를 들어

밖을 바라보는 눈.


그는 쉬지 않았다.


가게 안쪽에서는

늙은 주인의 기침소리만 간간이 들렸다.


소년이 말했다.

“아버지가 오늘은 오래 못 하셔서요.”


말투는 짧고 또렷했다.

익숙해진 설명처럼,

이미 수십 번은 말해본 문장처럼


소년은 구두를 천으로 문질렀다.

한 번, 두 번,

조용한 박자처럼


그러다 갑자기 멈추고

가죽의 모서리를 살폈다.


“여긴 좀 더 해야겠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어디가 닳았는지,

어디를 살려야 하는지를


오후가 되자

가게 앞에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조금 늘었다.


손님 한 명이 물었다.

“아버지 대신 하는 거야?”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구두를 건네며 말했다.


“이제 조금은 혼자 할 수 있어요.”


그 말은

설명이라기보다

오늘 하루를 버텨낸 작은 선언 같았다.


해가 기울 무렵,

수선소 앞엔 노란 불빛이 켜졌다.


아버지는 의자에 앉아

소녀처럼 작은 아들의 손을 바라보았다.


“수고했다.”


그 한 마디가

가게 안을 따뜻하게 채웠다.


소년은 그제야

손에 묻은 기름을 오래 문질러 닦았다.


오래된 가게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


그러나 어떤 손은

그 시간을 조금씩 고쳐가며 어른이 된다.


소년의 손끝에서

닳은 구두는 다시 하루를 얻었다.


그리고 소년 역시

자신만의 속도로 자라났다.


그날 저녁,

오래된 수선소에는

작은 숨결 하나가 더해져 있었다.


오래된 구두 수선소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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