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Bounce Bounce 두근대 들릴까 봐 겁나
양말 서랍을 정리했다.
바운스 슈퍼파크에 갔을 때 사야했던 '그립삭스'가 (트램폴린 전용 미끄럼 방지 양말) 나왔다.
거대한 트램폴린이 드넓게 깔려 있는 그곳에서 성인 남녀 4명이 방방을 타기 위해 구매한 양말.
다시는 신을 일이 없을 것 같은 양말.
이 양말과 바운스 슈퍼파크를 떠올리면 그애가 생각날 수밖에 없다.
그애는 첫인상이 안좋았고, 그 이후로도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애의 친한 형과 내가 친해지면서, 우리 셋은 꽤 가까워졌다.
어느날부터는 그애가 나만 불러내 산책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리고 또 어느날부터는 그애가 나를 더이상 '누나'라고 부르지 않았고,
나는 그애가 나를 꼬시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하나도 안 멋있는 그애를 볼 때마다 갑자기 '심장이 Bounce Bounce 두근대 들릴까 봐 겁나'진 게 그 즈음부터였다. 나는 그애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애가 나를 좋아하니까.
하지만 그애는 나에게 쉽게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고, 외로움에 미쳐가던 나는 그애의 '밀당'에 말라갔다.
직접 꼬시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결국 그의 마음을 확인했다.
그애는 나를 좋아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누나 마음이 그렇다면, 나도 누나를 좋은 마음으로 알아가 볼 의향이 있다'고 했다.
You make me Bounce You make me Bounce
Bounce Bounce
망설여져 나 혼자만의 감정일까
내가 잘못 생각한 거라면 어떡하지 눈물이나
- Bouce (조용필)
사주쟁이는 내게, 나는 남들보다 한 수가 아닌 세 수를 앞서 본다고 했다.
남자를 다룰 때에는 세 수 앞에서 좌지우지하려 하면 남자들이 다 달아나니,
남자들이 느리게 깨달을지라도 모른 척 기다리라고 했다.
그때의 나는, 그애가 자신의 마음을 깨닫지 못하고 '누나 마음이 그렇다면' 운운한 것을 용서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걸 내 자존심과 연결시켰다. 니가 나 좋아했잖아. 니가 먼저 나 꼬셨잖아.
어떻게 니 마음은 아니었다고 말할 수가 있어?
그만두자고 말하는 내게 그애는 자기가 노력해보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내가 우선순위에 있지 않았던 그애에게 진심으로 서운했다.
그순간 '아 진짜 내 마음이 더 컸구나.'를 알아차리게 되면서,
꼬신 사람은 없는데 꼬셔진 사람은 있는 상황을 부끄러워할 뿐이었다.
다시는 쓸 일 없는 그립삭스는 늘어나서 더이상 신을 수 없는 양말들과 함께 버렸다.
다시는 쓸 일 없는 마음도 함께 버렸다.
**다음주부터 1일 1버리기는 주 1회 연재됩니다.
사실상 1주 1버리기가 되고 마는 1일 1버리기지만 꾸준한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