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다 똥 된다
10여년 전 나는 꽤 개성이 강한 대학생이었다.
그당시 남들이 하지 않는 머리를 하고(예를 들면 앞은 단발 뒷머리는 장발이라든지-요즘의 히메컷과는 또 조금 다른..- 히피펌이라든지 하는 머리를 했다.)
남들이 입지 않는 옷을 입고(에스닉과 빈티지, 촌스러움과 할매스러움 그 경계에 있었던 것 같다.)
남들이 좋아하지 않는 인디가수를 좋아했다(그시절 나는 한희정, Lee.SA, 메이트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 자신이 흡족했다.
그때 언니가 미국에 갔다가 아이섀도우 팔레트를 사다줬다.
눈이 돌아갈만큼 너무너무 예뻐서 첫눈에 반해버렸지만 ‘지금의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런건 ‘평범한’ 여성들이나 쓰는 거지.
내가 좀 더 '평범한' 여성이 되면 이걸 쓰리라 다짐하고 아껴두었다.
햇수가 지날수록 개성은 사라지고 이제는 충분히 평범한 여성이 되었지만, 결국은 한 번의 브러쉬질로 완성되는 ‘3초 곰손 아이섀도우’만 3통째 쓰는 여성이 되어버렸다.
가루네버다이도 10년은 못견디지..
아끼면 똥 된다.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