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 새로운 인연
프로그래밍을 배우면서 가장 놀라웠던 건,
항상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분명히 논리를 세우고,
흐름을 정리하고,
결과를 예측하며 코드를 짰는데
막상 실행하면 예상치 못한 오류가 터져 나왔다.
당황스럽고, 답답하고,
가끔은 포기하고 싶을 만큼 낯선 순간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예상치 못한 순간이
가장 많은 걸 배우게 했다.
에러 메시지를 해석하며
문제를 추적하고,
한 줄 한 줄 코드를 다시 뜯어보며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접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나는 코드를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코드와 함께 ‘탐험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여행도 그렇다.
우리는 늘 계획을 세운다.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찍고 싶은 사진까지 머릿속에 그려둔다.
하지만 진짜 여행의 순간은
계획 바깥에서 찾아온다.
길을 잃고 들어선 골목에서 만난 작고 따뜻한 카페,
비 때문에 놓친 일정 대신 느긋하게 앉아 바라본 창밖의 풍경,
지도를 보다가 우연히 마주친 바닷가.
그 모든 순간은 '예상 밖'이었고,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삶도, 코딩도, 여행도
결국은 예상치 못한 일로 가득 차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모든 순간을 거부하지 않고,
그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는 것.
때로는 멈추고, 돌아가고, 완전히 다른 길로 나아가는 것.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 놀라운 기쁨.
예측할 수 없기에
더 설레는 가능성.
오늘도 코드 한 줄을 쓰다 멈춘다.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이 흐름 속에서
또 어떤 배움이,
어떤 발견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리고 나는 안다.
이런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