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
개요 코미디 미국 102분
개봉 2006. 12.21
감독 조나단 데이턴 Jonathan Dayton
발레리 페리스 Valerie Faris
둘은 부부이다.
1. 제목과 등장인물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존재합니다. 승리자와 패배자. 그리고 우리 모두의 안에는 깨어나길 기다리는 승리자가 있습니다.
리처드(그렉 키니어)는 그렇게 단언하듯 말하며 강의를 시작한다. 그의 목소리는 단단해 보이지만 어딘지 모를 조바심이 스며 있다. '9단계 성공 프로그램'이라는 그럴듯한 이론을 통해 무언가를 증명하려 애쓰지만 정작 그의 몸짓 하나 눈빛 하나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진하게 묻어난다.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은 바로 이런 불완전하고 부서진 이들의 이야기다. 겉으로 보기엔 형편없고 삐걱거리는 가족. 매일 닭을 튀기느라 피로에 지친 엄마 쉐릴(토니 콜레트), 양로원에서 쫓겨난 헤로인 중독자 할아버지(앨런 아킨), 게이 연인에게 버림받고 자살을 시도한 외삼촌 프랭크(스티브 카렐), 묵언수행으로 세상과 담을 쌓은 아들 드웨인(폴 다노), 그리고 통통한 몸매로 미인대회를 꿈꾸는 작은 소녀 올리브(애비게일 브레슬린). 이들은 모두 어딘가에서 탈락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바로 그 불완전함이 이 이야기의 숨 쉴 틈을 만든다.
2. 삶이라는 고물버스에 대하여
올리브가 미인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가족은 낡은 폭스바겐 버스를 몰고 긴 여행을 시작한다. 첫 번째 고비는 얼마 안 되어 찾아온다. 버스는 시동이 꺼지고 클러치가 고장 나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모두가 내려 밀어야만 한다. 굼뜨고 어설프고 헛웃음이 나오는 이 풍경은 사실 우리 삶의 은유이다. 삶이라는 버스는 기대한 대로 달리지 않는다. 언제나 덜컹거리고 멈춰 서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고장이 난다. 그러나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밀어야 한다. 함께! 온몸으로!
프랭크 삼촌과 올리브의 대화는 고물버스 같은 구차한 삶의 막막함과 함께 희망을 내비친다.
삼촌, 천국이 있다고 생각해요?
-글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을 거야.
난 하나쯤 있을 거라 생각해요.
확신 없는 세계에서 조심스럽게라도 믿음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희망을 전하는 방식이다.
3. 두 감독 Jonathan Dayton과 Valerie Faris
그리고 '삶의 진짜 얼굴'
이 작품을 연출한 조너선 데이턴과 발레리 페리스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포장된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원했다. The New York Times와의 인터뷰(2006.07.21)에서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캐릭터들을 사랑하면서도, 그들의 결함을 숨기지 않기로 했어요. 모든 사람은 불완전하죠. 그 불완전함을 진심으로 껴안을 때, 비로소 진짜 유머와 진짜 감정이 태어난다고 믿습니다. (출처:Jonathan Dayton, Valerie Faris (The New York Times, 2006))
그들은 배우들에게 철저한 리허설 대신 즉흥 연기 (improvisation)를 권했다. 스크립트를 토대로 감정을 충분히 공유한 뒤 현장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맡긴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어설프고 삐걱거리고 그러나 심장을 찌르는 순간들이 가득하다.
IndieWire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들은 강조했다.
우리는 가족이란 것이 완벽하거나 세련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언제나 조금은 엉망이고,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 소중하죠.(출처: Valerie Faris (IndieWire, 2006))
이 감독 부부는 배우들과 함께 촬영 전 5일간 실제로 고물 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그 과정을 통해 배우들은 서로에 대한 불편함, 사랑스러움, 짜증, 헛웃음을 직접 몸에 익혔다. 그래서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이 가족의 호흡은 연기가 아니라 진짜 살아 있는 생활처럼 다가온다. 이런 자연스러운 접근 덕분에 이 영화는 인공적인 설정이나 메시지가 아니라 인물들의 살아있는 숨결과 짠 한 웃음이 다가오며 단계별로 정서의 온도를 쌓아 올린다.
4. 고난을 함께 살아내는 것
프랭크는 드웨인에게 말한다.
고등학교는 네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시간이 될 거야. 그보다 더 훌륭한 고난을 찾긴 힘들지.
삶은 때때로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견디고 통과하고 조금씩 나를 깎아내며 살아내야 하는 시간이다. 객관적 시각에서 보자면 이 가족은 모두 부서져 있다. 약물중독, 우울증, 실패, 체념.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비웃지 않는다.
지적하거나 남겨두고 가거나 탓하지 않는다. 버스가 멈추면 모두 내려 함께 밀고 누군가 넘어지면 아무 말 없이 손을 내민다. 영화는 단순히 '가족이 중요하다'는 교훈 따위로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배려심 깊게 자연스레 그것을 통감하게 만든다. 서툴고 때로는 기운 빠진 몸짓으로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이어 붙이는 가족의 손길.
감독 Jonathan Dayton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완벽하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부서진 채로도 사랑하는 것'이었어요. (출처: Jonathan Dayton (Variety, 2006))
5. 인생은 점수를 매기는 미인대회가 아니다
그거 알아요? 엿 같은 미인대회! 인생은 빌어먹을 미인대회의 연속이라고요.
프랭크의 이 한마디는 이 영화의 중심을 관통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평가받는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심지어 가족 안에서도. 그러나 삶은 결코 점수로 매길 수 없는 것이다. 미인대회에 나간 올리브는 다른 아이들과 확연히 다르다. 화려한 드레스 대신 개성적인 옷차림, 할아버지에게 배운 안무, 깜찍하지만 도발적인 표정. 올리브는 부끄러움 없이 무대에 선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찬란히 빛난다. 그리고 가족들은 주저 없이 무대로 뛰어올라 올리브와 함께 춤을 춘다. 품위도 체면도 내려놓고. 그 순간 세상의 정해진 시선과 기준은 사라진다. 그 자리에는 그저 서로를 위해 몸을 흔드는 조금은 서툴고 그러나 진심 가득한 사랑만이 남는다.
6. 가장 부서진 순간에 가장 빛나는 것
이 영화는 끝내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승리는 남보다 빨리 가는 것이 아니다. 패배는 넘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진짜 승리는 고물버스를 함께 밀고 넘어진 누군가를 위해 손을 내미는 그 마음에 있다고. 두 감독 Jonathan Dayton과 Valerie Faris는 끝까지 '완벽한 해피엔딩'을 거부했다. 그들은 <미스 리틀선샤인>을 통해 말한다.
삶은 늘 불완전해요. 하지만 때때로, 가장 덜컹거리는 순간에 가장 빛나는 무언가가 태어나죠.(출처: Valerie Faris (NPR Interview, 2006))
가족은 대회에서도 세상에서도 패배하지만 버스를 함께 밀며 웃는 그 순간 이미 가장 눈부신 승리를 얻는다. 덜컹거리는 고물버스 안 조금씩 무너진 채 그러나 절대로 서로를 놓지 않은 채. 삶은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앞으로 나아간다.
봄처럼 여름처럼 영화처럼 세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