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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자칼럼

샘터 12월호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

by 달빛바람

제 글이 샘터 12월호에 실렸어요.

비록 원문을 수정해 달라해서 많이 바꾸긴 했지만요.

딱 원하는 방향이 있더라구요.

그래도 전 제가 처음 쓴 원문이 좋아요❤️


원문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

어릴 적, 크리스마스는 눈송이처럼 반짝이는 기대와 함께 찾아왔다. 산타가 가져다줄 선물은 언제나 내 마음의 목록에 먼저 올랐다. 자동차 장난감, 블록, 혹은 내가 가장 좋아하던 만화책. 그날 밤, 선물에 대한 설렘이 가득 차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한밤중 이상한 소리에 눈을 떴다. 마루에서 바스락거리던 그 소리는 동화책 속 루돌프의 발굽 소리가 아니라, 엄마가 정성스레 포장한 선물을 살그머니 머리맡에 두는 순간의 바스락 거림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믿던 산타는 멀리 북극에서 날아온 이가 아니라, 매일 나를 위해 애써주던 엄마의 두 손이었다는 걸. 그 밤은 분명히 어린이와 어른의 경계에 발을 들여놓던 순간이었다. 조금은 서운했지만, 동시에 이상하게 따뜻했다. 산타의 비밀을 알게 된 대신, 엄마가 가진 마음의 크기를 선물처럼 받은 밤이었다.

시간이 흘러, 내가 산타가 되어본 적도 있었다. 학원 강사 시절,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산타 옷을 입고 아이들에게 둘러싸였던 날. 배에 쿠션을 넣고 흰 수염을 달자 아이들의 눈빛은 순식간에 반짝였다. 게임을 진행하고 작은 상품을 나누어 주며 아이들이 환호하는 순간, 피곤했던 몸도 잊혔다. 하루 종일 수업으로 지친 어깨였지만, 아이들 앞에서만큼은 커다란 선물 보따리를 짊어진 산타가 되어 있었다. 그날의 나에게는 값비싼 보수가 따로 필요 없었다. 아이들이 건네는 "산타 선생님 고마워요!"라는 웃음 속에 이미 모든 답이 있었다. 그 기억을 돌이켜보면,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내 안에 여전히 살아 있음을 깨닫는다. 산타는 꼭 북극에서 오는 게 아니다. 때론 우리 곁에서, 작은 수고와 웃음을 통해 살아 움직인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억. 여자친구와 3주년을 기념해 떠났던 여행. 겨울바람이 매서웠지만, 운 좋게도 멋진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숙소를 예약할 수 있었다. 창밖으로 흘러내리듯 반짝이던 도시의 불빛은 마치 별들이 지상으로 내려온 듯했다. 와인 잔을 맞부딪치며 웃던 그 밤,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되어 있었다. 산타도, 포장지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던 순간. 내가 바란 모든 선물이 그녀의 웃음 속에 들어 있었다. 그 밤은 지금도 마음속에서 반짝이며 나를 위로한다.

이제 어른이 된 나는 더 이상 장난감이나 비싼 선물을 원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 어릴 때처럼 가슴이 뛰도록 산타를 기다리는 일도 없다. 하지만 가끔은 생각한다. 내가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면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점점 사라져 가는 동심일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도 아이처럼 맑은 눈으로 기적을 믿을 수 있는 마음. 그리고 세상을 향한, 사람들을 향한 사랑.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작은 기쁨을 나눌 줄 아는 따뜻한 용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간절히 바라는 선물은 평생을 함께할 아름다운 인연이다.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놓인 포장지 속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긴 겨울을 함께 건너줄 벗 같은 사람.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어설픈 산타 연극에도 웃어주는 사람. 눈이 오지 않는 날에도 함께 설레어 할 수 있는, 그런 따뜻한 동행.

산타는 아마도 더 이상 굴뚝을 타고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토록 바라던 선물은 여전히 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 그것을 찾고, 지키고, 나누는 일이야말로 어른이 된 우리가 해야 할 크리스마스의 기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산타를 기다린다. 언젠가, 내 마음의 트리 위에 그 선물이 내려앉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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