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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웨 Apr 25. 2024

한국인만큼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


나는 외국인이다. 나는 한국어를 잘 못한다. 그래서 외국인은 한국어를 잘 못한다. 맞는 말인가? 


당연히 틀리다. 한국인만큼 한국어를 잘한 외국인도 있다.




© idlunked, 출처 Unsplash



십 년 전 나는 유치원에 일했을 때였다. 새 학기 되자 20대 중반 그녀는 유치원에 취직했다. 보조 선생님으로 온 그녀는 한국어를 당연히 잘하지만, 중국어도 원어민 수준으로 유창했다. 한국어 수업이든 중국어 수업이든 모두 다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었다. 혹시나 중국에서 유학했는지 물어봤더니, 그녀는 웃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얼마 뒤 나의 궁금증이 풀어졌다. 그녀는 한국에서 살아온 화교 3세였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까지 다 중국에서 오셨고, 어릴 때 화교학교를 다니며 집에서는 주로 중국어로 대화한다고 그녀가 알려줬다. 



활발한 성격인 그녀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선생님이었다. 167 센티미터가 된 키, 외국 사람처럼 작은 얼굴에 오뚝한 코, 게다가 두 가지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그녀는 정말 매력적인 여성이다. 그녀와 결혼할 남자는 반드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루 일하다가 늦게 퇴근한 나는 유치원 앞의 시장을 가로지를 때 우연히 그녀와 그녀의 남자 친구를 만났다. 두 사람은 집에서나 입을 편한 옷차림으로 떡볶이 가게 앞에서 먹을 것을 고르고 있던 중이었다. 반갑게 인사하고 나서, 그녀가 얼마 전 이쪽으로 이사 왔다고 말했다. 



남자 친구는 그녀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 보이는데, 왜 둘이 빨리 결혼 안 하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러다가 그녀와 가장 친한 다른 선생님을 통해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바로 그 남자친구의 부모님이 그녀를 만나는 것을 반대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한국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그러나 한국 신분증이 없고 외국인 등록증만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외국인 등록증이 있으면 별 문제 없이 한국에서 생활할 수 있지만, 그때 당시는 외국인 등록증으로 웹사이트에 가입하지도 못했고, 은행에서 신용카드도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화교끼리 결혼해야만 했다. 




© srosinger3997, 출처 Unsplash



만약 내가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면 한국에서 소외당하며 생활하고 있는 화교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되돌아보면 그들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외국인인 같다. 그리고 한국인과 결혼한 화교는 제일 먼저 된 다문화 가족인 같다. 



유치원이 문을 닫고 나서 그 선생님을 더 이상 만났지 못했다.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한국 사회는 외국인에 대해 마음을 많이 열었다. 다문화 가족과 다문화 사회라는 단어도 생기고 다문화 센터를 통해 많은 외국인이 한국에서 잘 정착했다. 그러던 중에 화교는 어떻게 사는지도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검색해 봤다. 



© petukhova, 출처 Unsplash



한 젊은 여성이 화교에서 한국인으로 2년 반 기간을 거쳐서 국적을 바꿨다는 것을, 블로그를 통해 알려줬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살고 있다는 그녀의 꿈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요즘에는 각자 살고 싶은 나라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 그래서 한국도 외국 거주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서 또한 개선해 나가고 있다. 



지난주 한국에서 10년 넘게 생활하는 영국 선생님을 만났다. 그분은 한국어는 잘 모르지만, 지하철역에 영어 표시판도 있고 영어를 잘하는 한국 사람도 많아서, 별 어려움이 없이 한국에서 잘살고 있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insungyoon, 출처 Unsplash



언어를 뛰어넘어 이처럼 모든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꿈꾸며 살만한 곳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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