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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 Apr 21. 2024

조울증 7년 차 (21)

슬기로운 정신병원생활 season 2 - 1화

나는 사설 구급차에 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건장한 성인 남성 세명의 힘을 이겨낼 순 없었다. 그들은 나를 의자에 앉히고 벨트로 구속했다. 내 옆엔 비교적 매력적인 외모의 구급대원이 탑승했고 나머지 둘은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았다. 옆에 앉은 구급대원은 부모님께 안전하게 후송하겠다고 인사하며 문을 닫았다.


그리고 차가 출발함과 동시에 나는 개 패듯이(!) 맞았다. 매력적인 외모의 남자는 표정변화 하나 없이 주먹과 발로 나를 가차 없이 때렸다. 살면서 처음 당해보는 폭행이었다. 정신이 나가 있었지만 맞는 것은 끔찍이도 싫었다.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지만 그는 나의 말을 무시한 채 계속 폭력을 행사했다. 그리고 나의 옷 속에 손을 집어넣고 여기저기를 더듬기 시작했다. 폭행에 대한 두려움과 성추행에 의한 수치심 때문에 가뜩이나 제정신이 아니었던 나는 이성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그들은 비밀조직의 요원이었고 나는 인체 실험을 위해 병원에 옮겨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차가 멈추었고 조수석에 있던 남자가 뒷좌석으로 왔다. 그는 옆에 앉아있던 남자와 함께 나를 추행하며 때리기 시작했다. 울면서 그만해 달라고 애원했지만 그들은 나의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하기까지 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사설 구급차는 조직폭력배에 의해 운영되는 곳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질 나쁜 사람들이 구급대원으로 활동한다고 한다.)




차가 멈추고 그들은 나를 불 꺼진 건물로 데려갔다. 너무나 무서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이곳이 어디냐고 물었지만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에 손에 이끌려 도착한 그곳엔 처음 보는 중년 여성과 부모님이 계셨다.


나는 부모님에게 차를 타고 오는 동안 있던 일을 말했다. 내 등뒤에 있는 두 사람이 나를 때리고 추행했다고. 하지만 그 방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내 말을 믿지 않았다. 나를 괴롭혔던 범죄자들은 모르는 척 눈을 돌렸다. 나는 당장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했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나중에 부모님께 여쭤보니 그때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 헛소리를 하는 줄 알았다고 하셨다.)


앞에 있던 여자의 말에 폭행&추행범들은 나가고 부모님과 나, 그리고 눈빛이 탁한 그녀만 남게 되었다. 그녀는 나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지만 나는 성실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악당들의 두목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부모님과 몇 마디를 나눴고, 얼마뒤 건장한 남성 두 명이 방에 들어와 나를 끌고 갔다. 부모님께 도와달라고 외쳤지만 내 눈을 피했다. 나는 눈을 감고 신에게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두 평정도 되는 방에 갇혀있었다. 방안에는 침대와 변기만 덩그러니 있었다. 문을 두드리며 내보내달라고 소리쳤지만 열리지 않았다. 겁에 질려 문을 두드린 지 한참이 지나 누군가 들어왔다. 건장한 사내 한 명과 간호사복을 입은 안경 쓴 아주머니였다. 남자는 나를 침대에 눕히더니 끈으로 나를 구속했고 간호사는 나에게 주사를 놓았다. 그리고 나는 의식을 잃었다.


그렇게 나의 세 번째 정신병원생활의 첫날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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